한·미 무역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특파원들을 만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협의가 남아 합의 내용 발효를 위한 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1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직 서명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체를 보고 이해해달라”며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조지아주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가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서도 약간 과했다고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대한 우리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16일부터 대미 자동차 수출의 품목 관세를 15%로 낮춰 적용받는데 대해선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최종 합의에 이른 일본은 15%를 적용받게 됐으며,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일 양국 자동차의 관세율에 잠시 격차(10% 포인트)가 생기게 됐다. 여 본부장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방식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어떻게 좁힐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의견을 다 분석하고 있다”며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본은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 5500억달러(763조원)를 투자하고, 일본이 낸 5500억달러를 회수할 때까지 수익을 50대 50으로 배분하되 이후에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의 합의를 했으나 기축통화국이어서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이같은 투자 방식에서 안정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같은 방식을 한국에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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