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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 무기 최대 10조 구매 가능성…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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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9 09:36:24 수정 : 2025-08-29 10:38:32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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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을 포함한 ‘동맹 현대화’가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바로 미국산 무기 구매다.

 

한반도 안보를 한국군이 주도하려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하므로, 국방비를 증액하고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전력을 증강하라는 의미다.

 

한국 육군 AH-64E 공격헬기들이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뛰어난 군사 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산 무기 구매 카드를 띄운 것처럼 이번에도 청구서를 들이민 것.

 

유럽 국가들은 동맹국의 안보부담을 늘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방비를 증액하면서 F-35 스텔스 전투기와 패트리엇(PAC-3) 등의 미국산 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증액을 천명했다. 국방비가 늘어나면, 구매할 수 있는 무기 규모도 증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회담에서 언급한 만큼, 전력증강사업과 군 소요제기·결정 과정에서 미국산 무기 완제품 도입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장비·부품이 쓰이는 국산 무기 생산이 증가하거나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경기도 이천 육군 항공사령부에서 열린 대규모 항공작전 훈련에서 CH-47D 헬기가 물자 공급을 위한 공중강습작전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0조원 규모 무기 구매 가능성도

 

현재 구매 절차가 진행중인 국외 도입 전력증강사업 중에서 미국 방위산업체가 만드는 무기가 후보기종에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사업을 미국 방산업체가 수주한다면, 그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육군 특수전부대를 북한 내륙으로 침투시킬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10여대를 구매하는 사업은 6월 25일 입찰공고가 났다. 방위사업청은 다음달 29일까지 입찰참가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미 해병대 소속 CH-53K 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약 3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에는 미국 보잉 CH-47F ER과 록히드마틴 CH-53K가 후보로 거론된다. 

 

CH-47F ER은 CH-47 기종 중 최신형인 F형에서 연료 탑재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거센 바람이 부는 특수전 환경에서도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것이다.

 

CH-53K는 미 해병대 CH-53의 최신 버전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도입했다. 록히드마틴은 사업 수주 시 한국군에 납품할 CH-53K를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가격이 고가라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8700억원을 들여 정부 주요인사(VIP)의 이동을 도울 헬기를 구매하는 지휘헬기-Ⅱ 사업도 지난달 입찰공고가 이뤄졌다. 방위사업청은 10월 15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할 예정이다.

 

구매 물량은 4대로 유럽 에어버스 H225M, 미국 벨 Bell 525,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AW-101, 미국 록히드마틴 S-92A+가 후보로 거론된다.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2032년까지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Ⅱ 사업은 록히드마틴 MH-60R이 단일 후보다. 

 

2031년까지 3조900억원을 투입해 신형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은 스웨덴 사브 글로벌아이와 미국 L3해리스 G6500이 경합중이다.

 

한국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야간비행을 앞두고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공군에선 지난 세 차례 입찰 때 참여했던 보잉의 E-7A를 선호하는 기류다.

 

사브 측이 한국 공군 요구성능(ROC)에 맞춰 글로벌아이 전방과 후방에 레이더를 추가해 360도 감시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운용중인 보잉 E-737이나 E-7A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군 1호기가 비행할 때, 조기경보기가 후방에서 따라가며 공군 1호기 전방과 측면을 감시해야 한다. 글로벌아이는 감시 범위가 공군이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좁은 것으로 알려졌다.

 

E-7A는 오퍼레이터가 레이더와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단일 모니터에서 볼 수 있다.

 

반면 글로벌아이는 복수의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국형에서 추가되는 레이더들이 수집하는 정보를 기존에 설치된 모니터에 시현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들을 한데 통합하는 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오퍼레이터 1명이 2개 이상의 모니터를 보게 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표적을 잠깐이나마 놓칠 위험이 있다. 전투기가 시속 수백㎞로 빠르게 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짧은 순간의 오차도 치명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문서상의 ROC는 충족할 수 있지만, 공군이 일선에서 직면할 운영자 편의성과 작전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E-7A의 장점이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우선순위 밀린 사업도 탄력받을 듯

 

국방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증액되면, 전력증강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업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육군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하는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3조3000억원)의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1차 사업에서 36대를 도입한 뒤 36대를 추가로 구매하려 했으나,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도입 계획이 보류됐습니다. 지난 5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유·무인 복합체계 등 대체 전력 검토를 결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면서 공격헬기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주한미군 전력을 감안하면 36대로도 충분하는 지적도 나왔다. 대당 440억 원대였던 1차 사업 때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다만 육군은 2차 사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상에서 이동하는 표적을 공격하려면 AH-64E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공중급유기 2차 사업은 2024·2025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던 사업이다.

 

공군은 공중급유가 가능한 전투기가 늘어나고, 작전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공중급유기를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 지난 2023년 10월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쳤지만 2년 연속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한국 공군 KC-330 공중급유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존에는 유럽 에어버스의 KC-330(A330MRTT) 공중급유수송기로 전투기 작전 지원과 장거리 화물·인원 공수작전을 함께 수행하면서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 필요성이 강해졌다.

 

하지만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을 통해 C-390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미 공군 KC-46A 공중급유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비가 증액되면 공중급유기 2차 사업도 충분히 재추진할 수 있다. 1차 사업과 마찬가지로 유럽 에어버스 A330MRTT와 미국 보잉 KC-46A가 경합할 전망이다.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돼 탄도미사일을 고도 500㎞의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SM-3 함대공미사일 도입이 빨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4월 SM-3 블록-Ⅰ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로 2030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8039억원이었다.

 

다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조사에서 도입 규모와 전력화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산 KF-21 전투기가 한국 공군 KF-16 전투기와 함께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연구개발 및 양산 사업에선 KF-21 블록-Ⅱ 양산 준비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개발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포함한 공대지 능력을 갖춘 KF-21 블록-Ⅱ는 2028년쯤 양산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공군 전투력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대공 능력 위주인 KF-21이 신속하게 완전한 작전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록-Ⅱ 양산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내년부터 원자재 주문과 생산라인 정비 등의 작업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예산 반영이 필수다.

 

블록-Ⅱ 양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한국 공군 전력증강과 더불어 미국산 무기 구매 효과도 있다.

 

KF-21에 탑재되는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너럴일렉트릭(GE) F414 엔진을 면허생산해서 조달하고 있다. KF-21 1대에 엔진 2개가 탑재되고, 예비 엔진도 확보해야 하므로 블록-Ⅱ 양산이 시작되면 약 200개의 엔진을 만들게 된다.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더라도, 한반도 환경 적합성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전계획과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 무기를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구매하는 것은 군에 부담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늘어난 국방비 중 상당수는 무기 구매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무기 도입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전장환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무기 도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은 예산대로 지출하고도 전투력 증대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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