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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엔 한마디 않고 “李 비핵화 망상”… 한국 패싱 노리나 [韓·美 정상회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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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7 18:48:14 수정 : 2025-08-27 21:18:03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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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회담 하루 만에 원색 비난

“핵보유, 외부 위협 탓 필연적 선택”
李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 표현에
“위선자 본색… 한국은 더러운 족속”

트럼프정부 비핵화 입장엔 무반응
“韓 배제한 핵군축 협상 신호 보낸 것
韓·美, 더 긴밀한 정책 조율 필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하루 만인 27일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위선자”, “대결광”, “비핵화 망상증” 등 거친 표현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점을 비난 이유로 들었는데, 정작 미국을 향해선 쓴소리는커녕 일언반구도 없었다. 북한이 한국은 대화 상대가 아닌 “철저한 적대국”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향후 북·미 협상에서 ‘한국 패싱’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과 한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통신은 우선 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에 빗댄 점을 문제 삼았다. 통신은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면서 “이재명은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결광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낸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지경 밖에서 이재명이 놀아댄 추태”, “위선자로서의 본색”이라는 수위 높은 표현을 썼다. 한국을 두고는 “더러운 족속들”,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칭했다.

 

이 대통령이 해당 강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숨김없는 대결 의사”라고 반발했지만,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통신은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 안보역학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라면서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핵무기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와 신냉전 질서에 대비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적 수단이므로 비핵화 요구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선 핵무기를 보유한 채 제재가 해제되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핵·미사일 일부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꿔 안보·경제와 외교적 고립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이 대통령이 제시한 핵동결→핵군축→비핵화의 ‘3단계 비핵화론’을 콕 집어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잡아보겠다는 것이나 같은 천진한 꿈에 불과하다”면서 “이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날 논평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뿐 아니라 이 대통령 방미 중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사실마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 역시 담기지 않았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응은 쏙 빼놓고 이 대통령만 질타하는 ‘분리 대응’을 한 셈이다. 미국에 핵 군축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동시에 북·미 대화에서 한국은 배제돼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이번 논평의 청중은 한국만이 아니고, 한국 너머의 미국에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어떤 상황이 오든 한국과 상대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대한 무반응은 내부적으로는 검토 등 대응준비를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말만 하지 말고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 분위기 조성부터 하라는 무언의 시위”라고 했다.

 

북한이 한·미에 균열을 내려는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 조율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한·미가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같은 입장이었다면 북한이 쉽게 한·미를 갈라치려 들진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대북 정책을 단편적으로 얘기하면 안 되고, 미국과 협의하며 큰 틀의 전략과 방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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