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먼저 방문해 관계 개선 주도
트럼프에 한·미·일 협력강화 각인
대화 표현·선물까지 철저히 준비
‘숙청’ 돌발 언급에 불안감 컸지만
발빠른 위기관리로 분위기 전환
주요 협상 매듭짓지 못한건 한계
이재명 대통령이 3박6일 일정의 일본, 미국 순방을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이 대통령이 표방해온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본격적 시험대인 동시에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논의가 이뤄질 중요한 외교 무대로 평가됐다. 그런 만큼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이목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방미 초기 이른바 ‘홀대 논란’에 직면하고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타깃으로 면밀히 준비한 맞춤형 외교와 순발력으로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먼저 일본을 찾아 한·일 간의 우호와 협력을 공고히 한 후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협력 확대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 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관계 강화 필요성을 확인하며 취임 초기 한·일, 한·미, 한·미·일 외교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한·일 관계 획기적인 개선, 나아가서 한·미·일 협력 방안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높이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선물과 서명용 펜부터 정상회담 대화 시 표현까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해 맞춰 준비해가는 철저한 ‘맞춤형 외교전’을 폈다.
한·미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글을 SNS에 올리고, 정상회담도 30분 이상 지연되며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실제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돼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극적 반전이 있는 잘 찍은 화제작”으로 자평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방미에 동참한 강훈식 비서실장이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회동하며 먼저 오해를 푸는 등 위기관리도 잘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미 회담 가능성을 포함한 대북 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는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관계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의식해 관련 언급을 유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 띄워주는 방식으로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올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만나고 싶다”며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통상 안정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이라는 목표를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와 통상, 안보 분야 주요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미국의 압박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피하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부분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달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 대미 투자 펀드를 두고 각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식과 투자 의사 결정, 이익 귀속 등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제안한 투자 패키지는 조선, 반도체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프로젝트를 투자·대출·보증을 통해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직접 투자액은 5% 정도로 한정하고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채워 실질적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직접 부담이 큰 지분 투자 및 대출 비중을 높이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은 투자 대상 선정에서 자국이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보여준 맞춤형 외교와 칭찬 세례가 ‘굴욕 외교’였다는 공세가 이어지는 것도 대통령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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