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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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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8 10:00:00 수정 : 2025-08-17 2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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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이른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한 덕분에 스테이블 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미 연방 차원의 제도권에 편입됐다. 지니어스는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의 약자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을 이끌고 수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법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발행액 100%에 해당하는 미국 단기 국채(T-bills)나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이를 매월 공개하고 정기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미 재무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미국 단기 국채 수요의 확대와 금융 시스템 안정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정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니어스법은 이처럼 미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림으로써 국채 금리의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보유 중인 미 국채 규모는 약 1660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다만 이들 발행사가 주로 만기 93일 이하의 초단기물 보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미 국채 장기물의 금리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여파로 미국 재무부가 단기물 발행 비중을 조정할 여지도 열어놨다.

 

이처럼 이번 법제화는 단순한 가상자산 규제의 변화가 아니라 미 국채 시장·글로벌 금융 구조·디지털 결제 패러다임을 동시에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이미 1660억달러 규모의 미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재정 운용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권과 블록체인 업계도 이런 변화를 주시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가능성과 그 파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170종 이상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 시가총액은 약 2550억달러 규모로 2년 전 대비 2배로 성장했다. 단 미 달러 기반인 테더(USDT)와 미국에 상장된 유일한 스테이블코인 회사인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가 시가총액의 약 90%를 차지하는 등 특정 코인의 강력한 집중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제시했는데, 이를 배경으로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제도적 설계를 진행하고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가상자산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것은 디지털 화폐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전략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 결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 우리 금융당국 역시 비은행 주도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민간 화폐로 확산되면 통화 단일성과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의 내부 결제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송금, 급여, 카드 결제, 디파이(탈중앙금융), 자산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세는 USDC의 발행사인 써클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한 데서도 드러난다. 같은 기간 분기 말 기준 USDC 유통량은 6130억달러에서 6520억달러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 역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수익 증가가 실적 개선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 2분기 스테이블코인 관련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는데,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구독 서비스 매출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시장 성장은 제도권 편입에 따른 규제 명확성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블록체인 기반인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는 빠른 송금, 낮은 수수료, 프로그래밍 가능 결제기능 등을 비롯한 혁신적 특성이 기존 금융의 인프라 확장에 기여한다. 또 발행사들이 단기 국채를 담보로 확보함으로써 국채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형성하고, 금리 안정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시총과 유통량 모두 급증 추세라 2028년까지 시장 규모가 2조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 간 협력과 국제금융 안정성을 지원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2차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액면가에 거래되지 않는 사례가 잦다”고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은행 예금과 달리 공적 신뢰 기반이 부족해 화폐로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 상실이 발생하면 발행사를 상대로 상환 요구가 폭증해 코인런 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환매 불능 위험도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원화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한 자금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외환 규제 및 과세 회피,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당국의 우려가 큰 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유동성 확대, 글로벌 결제 혁신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제도권 진입을 통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 단기 국채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는 등 금융시장과의 상호작용도 주목된다. 다만 신뢰 기반의 확보, 준비자산 관리의 투명성 유지, 금융 안정성의 확보, 자금 유출 및 규제 회피 방지 등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화폐 기능을 해야 하는 디지털 자산으로서 내구성은 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공론화되며 활기를 띠고 있는데, 도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선임 연구원은 현재 인텔(Intel) 대외협력 자문역과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연계채권 워킹그룹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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