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픽시자전거’ 집중 단속
최근 중학생 사망사고 후속 조치
“제동장치로 운전”… ‘도로법’ 적용
청소년 위반 시 부모에 통보·경고
미조치 땐 방임행위로 처벌 계획
업체, 돌발단속에 “매출 타격” 우려
아동학대 방임 적용 등 논란 될 듯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일명 ‘픽시자전거’(Fixie·Fixed Gear Bike)가 유행하면서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선다. 제동장치 없이 도로를 달리는 픽시자전거가 위험천만하고 현행법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픽시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제대로 멈추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경찰청은 17일 “픽시자전거로 도로 주행을 하는 행위가 청소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를 안전운전 의무위반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픽시자전거는 경륜 경기에서 사용하는 자전거로, 기어가 고정되고 브레이크가 없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변속기어 자전거와 비교해 가격대가 다양하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자전거가 멈출 때까지 제동거리가 길다는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일반자전거와 픽시자전거의 제동거리를 실험한 결과 픽시자전거의 제동거리가 최대 5.5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자전거 속도가 시속 10㎞일 때 일반자전거의 제동거리는 1.0m였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자전거는 5.5m로 길었다. 시속 25㎞로 달릴 때는 일반자전거가 5.1m, 픽시자전거가 21.1m로 차이는 더 벌어졌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의 한 이면도로에서 픽시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던 중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고 에어컨 실외기를 들이받아 숨졌다. 픽시자전거를 탄 고등학생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버스를 피하려다 하차하는 승객과 부딪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승객은 전치 2∼3주의 부상을 입었는데, 이처럼 자전거를 제때 멈추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잦다.

픽시자전거는 고정기어를 활용한 각종 기교가 유행하고 있어 더욱 위험천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전거를 빨리 멈추기 위해 페달을 멈추고 핸들을 급격히 꺾어 속도를 줄이는 ‘스키딩’(Skidding)과 앞바퀴를 고정하고 뒷바퀴를 들어올려 제동하는 ‘엔도’(Endo), 뒤로 주행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페이키’(Fakie) 등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도로에서 이를 따라하는 청소년들도 많은 상황이다. 묘기를 하면서도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이 낸 자전거 교통사고는 지난해 급증했다. 2022년 1149건이었던 청소년 자전거 사고는 지난해 1584건으로 2년 새 37.9%가 늘었다.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의 28.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사망자도 최근 3년 동안 매년 3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브레이크를 제거한 자전거 이용을 단속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에 자전거 구조를 규제하는 법안 신설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법률검토를 통해 픽시자전거는 차에 해당하고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올해부터 적극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개학기 등하굣길 중고등학교 주변에 교통경찰관을 배치해 도로 및 인도 주행 시 정지시켜 계도·단속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전거도로를 중심으로 픽시자전거 동호회 활동 등을 단속한다.
18세 미만 아동의 경우에는 부모에 통보하고 경고 조치한다. 다만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부모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방임행위로 보호자까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한창훈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청소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학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픽시자전거를 판매해 온 업체들은 경찰의 돌발 단속 지침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찰 단속이 이뤄지면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자전거는 트랙 경기장(벨로드롬)에서만 탈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픽시자전거에도 브레이크를 달 수 있지만 일부 모델은 브레이크를 달 수 없도록 나온 것도 있어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면서도 “그 전부터 위험하다는 얘기는 계속 나왔고 안전한 환경에서 타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하지만 갑자기 단속에 나선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모에 대해 아동학대 방임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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