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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초특급 환대… ‘왕따’ 푸틴 국제사회 리더로 복귀 [美·러, 알래스카 회담]

입력 : 2025-08-17 18:01:00 수정 : 2025-08-17 21:01:04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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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의전의 연속

전용기서 내린 푸틴 앞에 레드카펫
두 정상, 즉흥적으로 한 차에 동승

12분 공동회견선 푸틴이 8분 발언
“알래스카 회담의 승자는 푸틴” 평가

“젤렌스키 수모와 대조” 우크라 분노
美 환대 속 전략자산 무력시위도

“진심으로 행복하고 들뜬 모습이었다. 정확히 푸틴이 원하던 이미지였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보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표정, 태도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3년여간 서방 국가들로부터 사실상 ‘왕따’를 당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가장 주목받는 외교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특급의 환대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날 회담은 이례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향한 극진한 의전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회담 당일 오전 10시20분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다리다 30여분 뒤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레드카펫에서 맞았다. 다가오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가볍게 손뼉을 치며 환영의사를 표했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푸틴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검지를 들어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NYT는 “외교적 고립과 제재에 직면했던 푸틴 대통령이 세계 최강 대국 수장의 환영을 받는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이례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푸틴 대통령이 통역사 없이 트럼프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동승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 국영 언론이 공개한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이 활주로에 대기 중인 것이 찍혀 있어 두 정상의 리무진 동승이 즉석에서 성사된 것임을 보여준다.

 

약 3시간의 회담이 ‘노딜’로 끝났지만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는 이어졌다.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는 발언 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양보했다. 다른 정상과 회담에서 대화를 주도했던 그간의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모습과는 대비됐다. 총 12분 동안 이어진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분간, 푸틴 대통령은 8분간 발언했다. 푸틴 대통령 전용기가 알래스카 하늘을 들고 날 때 미국 전투기가 호위한 것도 눈에 띄는 장면이다.

美·러 정상 이례적 동승 미·러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알래스카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에 동승해 이동하고 있다. 앵커리지=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모습 때문에 이번 회담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유럽조차 방문하지 못하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강대국 리더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특급 의전에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러시아어를 고집하다 말미에 영어로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하자”는 한마디만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보인 환대에 우크라이나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한 것과 푸틴 대통령이 성대한 ‘레드카펫’ 환영을 받는 대조적인 장면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푸틴 전용기 호위하는 美 F-3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탑승한 일류신(IL)-96 전용기(왼쪽)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종료 후 이륙해 미국의 F-3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앵커리지=EPA연합뉴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마냥 편하게만 놔두진 않았고, 푸틴 대통령이 알아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기도 했다. 각자 전용기에서 내린 두 정상이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갈 때 미국 최첨단 항공전력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 F-35 전투기가 비행한 것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힘자랑’이었다.

 

1기 집권 후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던 2020년 미국 대선을 푸틴 대통령이 ‘부정선거’라고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준비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푸틴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고, 내가 승리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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