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는 회담에 초대받지 못해
군사합의 복원은 北 호응 전제돼야

미국 알래스카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3시간 만에 끝났다. 기대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활주로에 깔린 붉은 카펫 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고, 두 정상이 밝게 악수한 뒤 함께 차를 타고는 회담장으로 향할 때까지였다.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서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지만, 관심사였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 발표는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전 즉각 휴전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 입장을 수용해 당장의 휴전보다 평화협정을 통한 전쟁 종식 쪽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 푸틴이 내놓은 안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돈바스 지역을 통째로 넘기면 남동부의 나머지 전선을 동결할 수 있다는 기존 러시아 입장 그대로다. 마치 1945년 나치 독일 패망 이후 강대국들이 유럽 여러 나라의 분할을 추진했던 얄타회담을 상기시킨다.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했다. 힘에 의한 평화 추구 역사의 반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말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박대한 것의 연장선이다. 당시 자신이 만든 종전 협상안을 거부하는 젤렌스키를 향해 트럼프는 “무례하다”고 면박을 주고 “(종전 협상안을) 수용 안 하면 우린 손 뗀다”고 으름장을 놨다. 약소국의 비애·굴욕으로 각인됐다. 이미 우리도 경험했던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9·19 남북 군사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 의지를 밝혔다. 한반도 평화 시대를 위해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주변 안보 환경과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자강 노력과 그 가치를 새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14일 태평양전쟁 승전 기념일을 앞두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쟁의 교훈은 분명하다”며 “평화주의는 답이 아니다. 오히려 ‘힘을 통한 평화’가 답”이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발언이라고는 하나 흘려듣기 그렇다. 북한은 여전히 적대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 아닌가. 군사대비태세 변화는 그들의 호응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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