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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미래]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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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4 22:16:36 수정 : 2025-08-14 2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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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헌재 역사적 결정 이후
정부 NDC 목표 설정 나섰지만
유엔 보고 시점 한 달 남겨놓고도
목표 수립과정 여전히 공개 안해

오는 8월 29일은 한국 기후대응 역사에서 꽤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1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내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가 문제 삼은 부문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한다. 문제는 2031년 이후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 즉 ‘장기 감축경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정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하여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당시 기자 신분으로 헌재에서 열린 두 차례의 공청회와 선고를 모두 취재했다. 재판관들이 선고문을 읽어내리던 순간 재판정 분위기가 기억난다. 기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는 타자 속도가 유달리 빨라졌고, 방청객들의 눈에는 초조함이 읽혔다. 이종석 당시 헌재소장의 판결 선고가 나오자 재판정 곳곳에서는 기쁨과 안도의 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일부 방청객은 숨죽여 울기까지 했다.

재판 직후 옆에 있던 기자에게 “우리 정말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헌재의 판결이 내려졌던 날은 기후대응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느끼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에서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전 세계 기후소송 현황을 매년 보고하는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 역시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연구소는 올해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나온 역사적인 판결은 동아시아 최초의 정부 ‘기후정책 프레임워크(정부에게 기후대응 책임을 묻는 것)’ 판례로 기록됐다”라고 소개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을 것을 헌재가 요구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하여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서 한국이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고,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도록 장기 감축경로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주요 선진국이 모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한국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위인 나라란 점에서 그만큼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 첫 시험대가 2035년 감축 목표 수립일 것이다. 파리기후협정 당사국들은 모두 2035년 감축 목표를 수립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늦어도 9월에는 국제사회에 제출할 것을 공언했다. 기후단체 플랜 1.5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르면, 2035 감축 목표는 적어도 67%(2018년 대비)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67%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국제적 책임을 준수한 수치다.

그러나 현재 2035 감축 목표 수립 과정은 ‘오리무중’이다. 숫자를 놓고 무성한 소문이 돌고, 정부 단일안을 놓고 부처 간 기약 없는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만 이어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정부 단일안은 올해 6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보고하고, 7~9월에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각계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이 열렸어야만 했다. 물론 12·3 비상계엄과 조기 대선으로 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감축 목표 설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감축 목표 수립 과정에 시민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기후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산업 전환 계획 역시 발을 떼지 못한다. 이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헌재가 요구한 ‘장기 감축경로 설정’ 취지에도 역행하는 셈이다.

각국이 야심 찬 2035 감축 목표를 속속 발표한 가운데 한국만 또 뒷걸음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미래세대, 아니 우리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에 요구한다. 2035 NDC 얼굴이라도 좀 볼 수 있게 해 달라.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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