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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연덕춘이 84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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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4 22:17:00 수정 : 2025-08-14 22: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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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골프계에서 고 ‘연덕춘’이라는 이름은 잘 알려진 이름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최저평균타수상의 이름이 바로 ‘덕춘상’이다. KPGA는 1941년 제14회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고 연덕춘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0년부터 ‘덕춘상’을 만들어 시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는 1941년 우승자의 이름이 달랐다. 우리에게는 아주 생소한 노부하라 도쿠하루다. 바로 연덕춘 선생의 일본식 이름. 필자도 과거 언론사에서 골프 관련 일을 했지만 부끄럽게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당시 25세의 연덕춘은 4라운드 합계 2오버파 290타의 기록으로 나카무라 도라키치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대한골프협회(KGA)와 KPGA는 일본골프협회(JGA)와 협의 끝에 우승자 연덕춘의 이름을 바로잡았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10일 자 세계일보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원섭 KPGA 회장이 일본프로골프협회(JPGA)와의 교류를 통해 지난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회장은 강형모 KGA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 회장의 주선으로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논의 끝에 역사 바로잡기가 이루어지게 됐다.

 

한·일 양국 골프계는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연덕춘(1915∼2004)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라는 이름으로 기념행사를 치렀다.

 

우승컵도 복원됐다. 연덕춘 선생은 순회배였던 우승컵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땅에 묻어 놓았는데 전쟁 중에 폭격으로 분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섭 회장은 “일본골프협회의 고증을 받아 새 우승컵을 국내에서 3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었다. 1년간 협회에서 보관한 뒤 내년에는 독립기념관에 기증하겠다”라고 밝혔다. 독립기념관에는 연덕춘 선생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는 “올해부터 모든 공식 기록에 한국의 연덕춘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일본오픈 우승컵이 한국에서 전시된다는 것은 JGA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함께 발전하며 좋은 맞수이자 친구로서 세계 무대에서 빛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고 연덕춘 선생은 1932년 군자리 골프코스(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캐디 보조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해 일본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1935년 일본 관동골프연맹 자격증을 획득해 한국 최초 프로골퍼가 됐다.

 

1968년에는 KPGA를 창립해 1호 회원이 됐고, 1972년 제2대 협회장으로 활동한 뒤 2004년 향년 88세로 타계했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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