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명문화·유예기간 부여 부각
경제 악영향 초래 주장 적극 반박
국힘, 모든 법안 무제한 토론 예고
7월 임시국회선 1개만 통과될 듯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의 ‘입법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방송3법, 상법 개정안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처리 속도전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 총력전을 예고했다. 약 1년 만에 필리버스터 정국이 재연되며 여야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여론전 대응 나선 與
민주당은 본회의 전날인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노사갈등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며 7월 임시국회 내 입법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민의힘과 재계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자 여론전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번 회기 내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원내지도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개정안은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 반복된 구조적 갈등과 책임 회피의 악순환을 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해 교섭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허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정안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노사관계 무게추를 균형 있게 조정해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는 현실을 바로잡고,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현장에서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원내부대표도 “노사 모두 쟁의보다 대화를 선택할 수 있는 산업 평화 촉진법”이라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도 적극 반박했다. 허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개정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유럽연합(EU) 등 주요 통상 파트너의 요구, 국내 대법원 판례 등을 폭넓게 반영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입법”이라면서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장기적, 안정적, 지속 가능한 투자 환경이라는 점이 국제적 상식”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부대표도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개혁을 두고 외국인 투자 위축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계를 향해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배후에서 공포를 조장하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보수 언론 등과 함께 여론전을 벌였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도 했다.
노란봉투법이 판례를 명문화했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도 부각했다. 환노위원이자 공인노무사 출신인 이용우 원내부대표는 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법원 판결을 들어 “(노조법 2조 개정은) 새로운 입법이라기보다 사용자 정의를 법원이 명확하게 해석한 것을 명문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 원내부대표는 “하청 업체별로 다 노조를 만들어서 일일이 교섭 요구하면 다 응해야 하는 것처럼 전제하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법리적·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유예기간)인 6개월 동안 당정은 법안 시행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혼란을 제거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與 ‘살라미 전략’ vs 野 ‘필리버스터’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법안을 처리한 뒤 노란봉투법,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 5개 쟁점 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5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만큼, 5일 종료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한 쟁점 법안은 1개뿐이다.
민주당은 당초 방송3법 중 하나를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는 기류였지만, 최근 들어 여권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노란봉투법이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5개 쟁점 법안은 지난 1일 국민의힘 반발 속 여권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본회의 상정이 모두 가능한 상태다. 허 원내수석부대표는 “노란봉투법, 방송3법, 상법 모두 국민적 관심사와 해당 영역의 중요성이 있다”며 “4일 의원총회에서 (상정 순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입법 전쟁은 8월 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4일 상정된 쟁점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5일 종료시킨 뒤 표결하면 국회법상 절차에 따라 나머지 법안은 8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6일부터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황이지만, 실제 본회의는 여름 휴가 등의 일정이 끝난 21일에나 진행될 예정이다.
급격한 여론 변화가 없는 한 21일부터 ‘법안 상정→필리버스터→토론 종료→표결’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8월에도 채해병 특검법,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위원회 소관 법률 등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민주당은 지난 정부의 거부권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검찰개혁 4법’ 처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