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며 관세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상호관세를 비롯해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부담은 여전히 수출에 대한 변수로 남아 있다.
하반기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은 일부 타격은 불가피하더라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9% 증가한 608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가 두 달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갔다.
수출 실적을 견인한 건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147억1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전년과 비교해 31.6%나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7월 중 최대 실적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정가격 상승 흐름과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제품의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전년 동월 대비 8.8% 증가한 58억3000만 달러의 준수한 실적을 냈다. 유럽연합(EU)·독립국가연합(CIS)·중남미 등 주요 시장의 수출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자동차 수출이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도 부정적인 영향 없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번 달부터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7일(현지 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제품은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매듭지으며 상호관세 15% 부과를 확정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상반기 내내 수출 업계를 드리우던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당초 발표된 25%보다는 관세율이 낮아졌지만,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 무관세로 수출하던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이번 협상으로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15%로 낮아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후 협상을 통해 한국과 일본, EU는 15%로 관세를 인하했다.
트럼프 정부 이전까지는 한미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는 관세가 면제된 반면, 일본과 EU는 2.5%의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합의로 이 같은 이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일본이나 EU 대비 2.5% 낮은 관세 효과를 봤었던 게 사라졌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기 전 우리가 EU나 일본에 비해 2.5% 유리하게 수출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며 "다만 2.5% 정도의 차이는 우리 자동차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진 않다.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정부는 2주 내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무역 협상을 통해 반도체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얻어냈지만, 업계 입장에선 관세 부과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반도체 호실적이 관세 부과 전 '물량 밀어내기'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반박했다. 향후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정책관은 "미국 수출 제품이 미국 기업들이 생산할 수 없어 대체가 어려운 고부가가치 메모리이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올해까지는 적어도 반도체 경기·수요가 계속 견조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고, 인공지능(AI)용 서버 등 수요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된다 하더라도 반도체가 우리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들도 미국의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이 감소할 순 있으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수출에선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소폭 하락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차가 대미 수출에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미 수출 감소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그게 큰 폭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백철우 교수 "관세는 일본이나 EU와 똑같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된 상황이기에 수출 흐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관세 부담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돼, 미국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백 교수는 "관세가 미국의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미국의 수요 위축이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수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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