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긴 했지만, 돈은 못 낸다”…운영사도 손 떼
한때 고급 아파트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며 주목받았던 ‘호텔식 다이닝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고급 아파트 입주민의 기대와 달리, 낮은 이용률과 지속적인 운영 적자, 추가 요금에 대한 부담이 현실적인 벽으로 작용한 결과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급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는 단지 내 조식 서비스를 제공해온 신세계푸드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고 35층, 총 23개동,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와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의 랜드마크 단지’로 평가받는다. 지난달에는 전용면적 84㎡(34평형)의 실거래가가 7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입주자대표회의 주도로 고급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신세계푸드와 단지 내 조식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공된 메뉴는 한 끼 약 1만5000원 상당의 아침식사로, 일부 입주민은 이를 ‘호텔식 조식’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운영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공급사 측은 “적자 누적에 따른 운영 지속 불가” 입장을 밝혔고, 계약은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월 1만원 가량의 추가 요금 부과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고급 서비스 좋지만 추가 비용은 부담”…입주민 투표서도 ‘중단’ 결정
최근 실시된 입주민 투표에서는 총 2260명이 참여해 과반수인 56.7%(1282명)가 식사 서비스 재계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75.9%(1719명)는 서비스 유지를 위한 추가 요금 납부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고급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비용 부담’에는 선을 긋겠다는 현실적인 입주민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례는 래미안 원베일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단지 내 일부 식당 설치 공사를 중단했다. 일부 주민들이 소음 및 음식 냄새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사 자체가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에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가 입주자 측의 대금 미정산 문제로 인해 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단지 내 다이닝 서비스는 고급 아파트의 ‘차별화 포인트’로 도입됐지만, 현실적 운영 여건 부족과 입주민 간 이견으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공용 서비스 정착엔 합의 기반·실사용 수요 필수”
전문가들은 호텔식 다이닝 서비스가 국내 주거 문화에 안착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주거문화 전문가는 “호텔식 식사 서비스는 고급 주거 단지의 새로운 실험이었다”면서도 “운영 비용에 비해 실제 이용률이 낮고, 입주민 간 합의가 부족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 서비스는 입주민 참여율과 만족도, 실질적 수요에 기반해 운영돼야 한다”며 “단순히 집값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프리미엄 주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는 입주민의 생활 패턴과 실질적인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설계가 이뤄져야만 프리미엄 주거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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