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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져서 죄송”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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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30 14:01:15 수정 : 2025-07-30 14:33:43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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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송인 유재석이 이른바 ‘망언’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서 망언은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말한다’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연예인을 비롯한 방송인들 사이에서 그냥 ‘배부른 소리’나 ‘염장질’ 정도의 뜻으로 통용된다. 당시 유재석이 진행하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게스트들 가운데 일부가 유재석을 상대로 “실제로 보니 너무 잘생겼다”고 덕담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유재석은 “제가 (개그맨 출신답게) 좀 더 웃기게 생겼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잘생겨서 죄송하다’는 것이니 배부른 소리라는 지적을 들을 만했다.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2014년 5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여야 후보들 간에 토론회가 열렸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몽준 후보와 현직 시장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맞붙었다. 2011년 10월 시장에 취임해 3년 가까이 재직한 박 후보가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거액의 채무가 있었다. 어느 패널이 이 점을 지적하며 박 후보에게 “서울시장 연봉이 1억원이 넘는데도 빚쟁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온 박 후보의 답변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가난해서 죄송합니다.”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의 원조는 아마도 코미디언 겸 정치인 이주일(1940∼2002)일 것이다. 고졸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1965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이래 10년 넘게 무명의 설움을 겪었다. 1970년대 중반 우연한 기회에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 하춘화와 인연을 맺었고, 그 덕분에 1980년대 초 MBC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어쩜 저렇게 못생긴 사람이 TV에 나오느냐’라는 대중의 부정적 반응에 주목한 이주일은 역발상으로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만들어냈고, 이는 단숨에 유행어가 됐다. 탄력을 받은 그는 “여러분! 제가 얼핏 보면 못생겼지만 자세히 뜯어보시면… 더 못생겼습니다”라며 대중을 웃겼다. 1980년대 내내 한국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신임 국무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가운데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왼쪽)이 곁에서 이를 돕고 있다. 뉴시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정치권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 대단히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무슨 개인 유튜브 방송도 아니고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나이(69세)를 거꾸로 먹은 것인지, 아니면 일반 국민과는 전혀 다른 정신 세계를 가진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반성과 사과는커녕 그런 상황을 즐기는 반어법으로 비친다”는 어느 일간지 사설의 지적이 정확해 보인다. 오죽하면 여당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조차 “최 처장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어려운 태도와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겠는가. 앞으로 남은 5년간 이 나라 공무원 인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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