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오산시장에 도로 전면통제 안 한 경위 반복해 물어
“주민 신고에도 왜 도로 통제 없었나”…‘책임론’ 수면 위로
이권재 오산시장에 중대시민재해 적용 검토…도로 통제 공방
지나던 40대 운전자 사망…부실관리·시공 등 여러 가능성 제기
지나던 40대 운전자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오산시 옹벽붕괴사고의 과실을 가리기 위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둑 수문이 열리며 물이 쏟아지듯 9초 만에 무너진 옹벽의 ‘배부름 현상’을 두고 오산시가 옹벽 관리에 책임을 다했는지와 시공사의 부실시공 가능성, 보수업체의 적절한 보수 이행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22일 오전 오산시청과 옹벽 시공사인 현대건설 본사(서울 종로구), 감리업체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경남 진주)의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당초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도로 보수업체는 주소 이전 등의 문제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먼저 오산시청의 재난안전 관련 부서 및 도로건설·유지·관리 관련 부서에 수사관들을 보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와 국토안전관리원에도 수사관 여러 명을 투입해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도로 보수업체에 대해선 자료를 임의 제출받기로 했다. 앞서 도로 안전진단 업체에서도 임의 제출 형태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전담팀은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붕괴한 도로와 옹벽의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 작업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들을 통해 공사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매뉴얼에 맞게 정비가 이뤄졌는지, 사고 위험이 사전에 감지됐는지 등을 비교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직전 도로 통제 등의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오산시와 경찰, 소방당국 관계자 다수가 참여했던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역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화방은 오픈 채팅방 형태로, 재난에 대비한 기관 간 소통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개설됐다. 대화방에는 오산시 공무원과 오산경찰서, 오산소방서 직원까지 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7시4분쯤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와 차량 운전자를 덮쳤다. 옹벽 파편이 순식간에 아래로 쏟아져 내리며 매몰된 차량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 A씨가 사고 3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당시 A씨 차량은 무게 180t, 길이 40m, 높이 10m가량 구조물에 눌려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오산시의 미흡한 대응과 옹벽 공사업체의 부실시공 가능성, 시우량 39.5㎜의 폭우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또 지난달 민간 용역업체의 안전점검 확인 결과, ‘해당 옹벽의 상부 아스팔트가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왔고, 사고 하루 전에는 안전 신문고 앱을 통해 오산시 도로교통과에 ‘고가도로 오산~세교 방향 2차로 중 오른쪽 부분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당시 민원인은 “붕괴가 우려돼 조속히 확인 부탁드린다”며 침하 구간의 주소와 사진까지 첨부했으나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는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시 교통통제 권한을 두고 경찰과 오산시 간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대통령 주재 ‘집중호우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오산시장을 상대로 주민 신고가 있었음에도 도로를 전면 통제하지 않은 경위를 세세히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 적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 결과 천재지변으로 인한 자연재난이 아니라 오산시가 평소 도로에 대한 정비나 보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 최종 책임자인 이권재 오산시장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시민재해의 처벌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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