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이튿날 월요일도 공휴일 폐지 거론
2026년도 예산안을 편성 중인 프랑스 정부가 공공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공휴일 2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근 회원국들에게 권고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방위비 지출’ 기준을 이행하려면 국방비의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438억유로(약 70조원)의 예산 절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국방비를 제외한 다른 항목의 예산은 전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아니면 더 삭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이루 총리는 공휴일 2개를 폐지해 생산성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프랑스는 매년 신정(1월1일)부터 성탄절(12월25일)까지 11개의 공휴일이 있다. 이 가운데 3개가 5월에 몰려 있다. 바이루 총리는 “5월에는 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프랑스인 모두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한다면 정부에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휴일은 이른바 ‘부활절 월요일’(Easter Monday)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이다. 부활절은 춘분(春分)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뜬 다음에 오는 일요일로 해마다 날짜가 바뀐다. 이에 부활절 이튿날인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시민들이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참고로 올해 부활절은 4월20일, 부활절 월요일은 4월21일이다.

2차대전 승전기념일은 1945년 5월8일 나치 독일이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프랑스 4대 연합국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 문서에 조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프랑스어로는 ‘1945 승전기념일’(Victoire 1945)이라고 부른다. 전쟁과 관련된 공휴일로는 1918년 11월11일 제1차 세계대전 휴전이 이뤄진 것을 기리는 ‘1918 휴전기념일’(Armistice 1918)도 있다.
프랑스는 2024년 재정 적자가 GDP의 5.8%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가 속한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에게 제시한 GDP 대비 부채 한도 3% 기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프랑스 정부는 GDP 대비 재정 적자를 올해 5.4%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4.6%까지 낮출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오는 2029년까지 EU 기준인 GDP 대비 3% 적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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