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사건의 경찰 이첩 등이 보류됐다는 일명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이 또 나왔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참가자 중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어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이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전날 채해병 특검의 소환 조사에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외교관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VIP 격노설이 나온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다. 전날 오후 출석해 7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이 전 비서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국방비서관의 보고를 받고는 화를 내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1일 채해병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김 전 차장은 VIP 격노설에 대해 ‘잘 모르겠다’거나 부인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해당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를 총 7명으로 특정한 상태다. 채해병 특검은 이날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나머지 참석자들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 등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회의 참석자들의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특검팀이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단초가 된 VIP 격노설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검 조사를 받을 다른 참석자들이 격노설에 대해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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