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의원실 취업과 관련해 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이 ‘보좌진 취업방해’ 의혹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의혹 골자는 강 후보자가 의원실을 나간 보좌진이 다른 의원실에 지원했을 때 ‘문제 인사’란 평가를 전해 채용을 막아세웠단 것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

김 의원은 통상적인 ‘평판 조회’ 절차가 와전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지만 강 후보자는 엉뚱하게 자신의 ‘위치’를 얘기했다. 여의도 바닥에서 ‘국회의원의 힘’을 아는 이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답이었다.
의도는 뻔하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언급했다 위증이 될 수 있으니 뜬금없는 ‘겸손’을 떤 것이다. 수면 아래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증언하는 보좌진이 여럿 있단 걸 스스로 알고 있을 테다. 여당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자주 쓰는 ‘법기술’ 표현을 빌리자면, 재선 의원인 강 후보자가 얕은 ‘정치기술’을 부린 것이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적 없다”고 했다가, 한 매체에 보낸 답변서와 본인 계정으로 전달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법적 조치 진행 중’이라 적시했던 사실이 드러나 위증 논란이 일었다.
청문회가 끝나갈 때쯤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로 “법적 조치를 하면 안 된다”며 추후 법적 조치 여부를 물었을 때 강 후보자는 ‘예’나 ‘아니요’라 하지 않고 “동의한다”, “명심하겠다” 등 모호한 답으로 갈음했다. 이를 지켜본 국회 보좌진 여럿이 “사실상 법적 조치를 하겠단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문회로 갑질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여가부 장관이 아닌 얄팍한 ‘정치기술자’로서의 강 후보자 자질만 확인했다. 정부여당 내 임명 기류가 강하단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정치기술자 장관’ 탄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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