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 사례 제시
“공동 방위에도 부정적 영향” 비판
EU 보복관세도 동맹 훼손 사례로
미국의 야당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국에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보고서를 내며 날을 바짝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월 집권 이후 동맹 관계가 훼손되고, 많은 국가가 중국과 더 밀착해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전면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1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동맹과의 무역 전쟁, 대외 원조 및 개발 프로그램 폐지, 국제기구 탈퇴, 반도체 보조금 폐지, 미국의소리(VOA) 등 언론매체 폐지 시도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중국과의 경쟁력을 명백히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중국과 더 긴밀한 경제 관계를 고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올해 3월 서울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5년 만에 열어 경제통상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오랜 무역 관계를 뒤흔들 뿐 아니라 공동 방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의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동맹들의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부과한 관세의 부정적인 경제 영향의 대응 등을 위해 올해 4월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2022년 국방 예산의 2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6개월간 이뤄진 소프트파워의 약화에 대해 처음으로 포괄적인 정치·정책 대응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유럽연합(EU)이 30% 관세 부과를 위협한 미국에 대해 720억유로(약 116조원) 상당의 보복 조치를 준비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민주당이 지적한 무역 전쟁으로 인한 동맹 관계 훼손의 또 다른 사례로 표면화됐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공업 제품 657억유로(약 106조1000억원), 농산물 64억유로(10조3000억원)에 달하는 보복대상을 정했다.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이 110억유로(17조7000억원)로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집행위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무너진 무역의 균형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복안이 실행되려면 EU 회원국들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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