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필코 진실을 규명하겠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채해병 특검)은 1일 채해병의 묘역을 찾아 이 같이 다짐했다. 그는 대전 국립현충원 방명록에도 같은 말을 썼다. 다른 특검팀과 중복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채해병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먼저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과 특검보 4명 등 채해병 특검팀은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10시7분 대전현충원을 찾아 채해병 묘역을 참배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맨 이 특검은 헌화와 묵념을 한 뒤 묘비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류관석·정민영·이금규·이숙정 특검보, 강일구 총경, 신강재 중령 등 수사팀 지휘부도 뒤로 물러서 묘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묘비 앞엔엔 채해병의 어머니, 아버지가 쓴 글귀와 채해병이 생전 부대원들과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다. 글귀 속엔 ‘엄마 아빠라고 불러줄 아들이 있어 넘 행복했어’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었다. 이 특검은 하얀색 장갑을 낀 손으로 묘소 주변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는 묘비 뒷면에 새겨진 ‘2003년 1월2일 전북 남원 출생, 2023년 7월20일 경북 예천 순직’이라고 새겨진 글귀를 바라보며 묘비를 쓰다듬었다.
참배 일정을 마친 이 특검은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특검팀은 2일 시작을 의미하는 현판식을 열 예정이다. 그는 이를 앞두고 채해병 묘 앞에서 결의를 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검은 현판식을 연 후 임 전 사단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그는 첫 조사자로 임 전 단장을 지목한 배경으로 “특검 준비 기간에도 (임 전 사단장이) 찾아와 면담하겠다고 했다”며 “채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가장 밀접히 관련 있는 사람이라서 소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피의자를 먼저 부르다 보니 수사 결론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임 전 사단장은) 핵심 피의자가 아니다”라며 “이미 대구지검, 경북경찰청 등에서 피의자로 수사가 된 사안이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수사돼 있기 때문에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이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는 ‘VIP 격노설’ 의혹의 수사 대상의 범위를 묻는 말에 그는 “수사가 개시되고 수사팀에서 의논할 사항이라 생각한다”며 “철저히 모든 관련자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과 공통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은 채해병 특검팀이 먼저 수사하기로 했다. 이 특검은 “김건희 특검은 수사 대상이 16개라서 굉장히 바쁘다”며 “우리는 김건희 특검과 겹치는 게 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사에 공조하되, 우리가 먼저 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민 특검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상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앞으로 해병 특검과 협의하고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김건희 특검은 KT광화문웨스트 빌딩 사무실로 입주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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