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여 만에 전격 퇴진
신응석·양석조 지검장도 사의
심 “결론 정해 추진 땐 부작용”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전격 퇴진했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도 이재명정부 첫 검찰 인사를 앞두고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면서 사퇴를 공식화했다. 심 총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재명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시한과 결론을 정해 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총장의 사퇴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한 검찰권 분산을 공약한 상황에서 검찰 수장으로서 더는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심 총장은 오광수 민정수석이 임명되고 후속 인사로 법무부 차관 인사가 이뤄지면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의중을 주변에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 수석이 부동산 의혹 등으로 낙마하면서 사의표명 시점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민정수석 비서관에 검찰 출신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법무 차관에 이진수 대검 형사부장을 발탁했다. 심 총장은 이 차관이 취임한 30일 당일에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심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된 이후 중도 퇴진한 16번째 총장이 됐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친윤(친윤석열)·특수통 검사를 비롯한 고위 검사들의 줄사퇴 행렬도 시작됐다. 이 차관은 취임 직후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들에게 인사조처를 예고하는 연락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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