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 요양원은 취재진 접근 막아
“최은순씨 최근 자주 보여” 목격담도

세계일보가 1일 찾은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일대 김건희씨 일가 땅엔 들풀이 무릎 높이로 자라 있었다. 오랜 시간 발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이 부지엔 고속도로 터널이 들어설 뻔했다. 하지만 이 개발 계획안이 김씨 일가에게 유리한 방식대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발은 2년 넘게 멈춰 있다.
사건의 발단은 국토교통부가 2023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당초 양서면에서 이곳 강상면으로 옮긴 데서 시작됐다. 원안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특히 강상면 종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김씨 일가 소유 땅이 확인됐고, 논란이 일자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기자가 찾은 부지에 터널이 뚫리지 못한 채 풀만 웃자라게 된 까닭이다.

논란이 이어진 이 지역은 최근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출범하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검팀 수사 대상에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평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양평 소재 한 부동산에서 만난 A(55)씨는 “2년 전쯤에 최씨가 부동산사무실에 두 번 정도 사업상 방문했었다”며 “최근에는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강상면 인근 땅은) 최씨 입장에서 어차피 못 쓰는 땅”이라며 “팔리지도 않을 테니 (토지) 수용으로 보상금을 받으려고 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고속도로 개발을 바라던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10대(代) 넘게 양평에서 살았다는 이모(67)씨는 특혜 의혹을 묻자 “양평 사람들은 (종점이) 병산리인 걸 원하는데 매스컴과 정치인들이 (김씨 탓이라고) 몰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양평 군민들은 개발을 다 원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B(45)씨는“공교롭게도 근처에 김씨 땅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양평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가 높은 곳인데, 고속도로 계획을 백지화한 것을 두곤 원희룡 욕을 많이 했다”고 마을 분위기를 설명했다.
같은 날 찾은 김씨 일가의 경기 남양주 요양원에서도 날 선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지금 근무하는 사람이 없다. 경찰에 조사받으러 갔다”며 “사무실 직원은 다 경찰에 가서 직원 한 명만 사무실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머문 동안 1층에서는 관리자로 보이는 2명과 요양보호사로 추정되는 직원 1명, 사무직원 1명으로 총 4명 정도가 전부였다.

이곳 직원들은 언론 취재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 관리자는 기자가 찾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사무실에서 나와 요양원 밖으로 쫓아냈다. 이후 현관문과 여닫이형 통창까지 모두 걸어 잠그며 접근을 막았다.
김씨 일가가 운영하는 이 요양원은 노인학대, 부실운영, 건강보험 급여 부정 수령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경기북부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북부청이 수사하는 이 사건은 이날까지 특검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 특검이 지난달 29일 김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을 이첩받았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요양원 비위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게 될 공산이 있다.
최씨가 최근까지 요양원 인근을 찾았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한 주민은 “최근에도 얼굴이 자주 보인다. 지난달에도 두세 번 본 것 같다”며 “지난해엔 얼굴이 안 좋아 보였는데 올해는 오히려 더 마르고 얼굴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과거 김씨 일가와 소통하며 지냈다던 이모(67)씨는 “원래 거기가 모텔이었는데 요양원으로 바뀌었다”며 “김씨 엄마인 최씨와 오빠는 훤칠하고 인물이 좋다.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랑 결혼할 때도 봤는데, 그땐 저렇게 대통령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만 요양원 관련 의혹에 대해선 “내부자가 아니라 잘 모른다”면서도 “주변 언니도 요양원에 엄마를 모셨는데 논란이 생긴 후에 다시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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