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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연·열창·해학 3박자로 韓 관객 매료

입력 : 2025-07-01 20:45:00 수정 : 2025-07-01 2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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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오렌지…’ 첫 전막공연

국립오페라단, 러 명작 재해석
국립심포니 개성 살린 연주 더해
김영우·김가영 등 연기에 갈채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낯선 오페라가 국내 오페라 팬을 매료시켰다.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1921년 초연작인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지난달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처음 전막공연했다. 그만큼 생소했지만 성악가들의 열연과 참신한 무대·연출에 관객은 몰입했고 유쾌한 장면에선 오페라극장에선 보기 드문 폭소가 객석에서 터졌다.

마녀 저주로 오렌지와 사랑에 빠진 왕자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오렌지 속에서 공주(소프라노 김수정)가 나오자 왕자(테너 김영우)가 기뻐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1720∼1806)의 희극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웃음을 잃는 병에 걸린 왕자가 마녀 저주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혀 충직한 어릿광대 트루파티노와 함께 오렌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무대에 드물게 올라오는 오페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가 지휘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극 분위기에 따라 재기 넘치는 유머와 서정, 드라마틱함을 넘나드는 연주를 들려줬다. 극단적으로 음악적 색채가 변하는 프로코피예프 작품 특유의 개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대 위에선 새로운 구상을 실현하는 데 정평난 연출가 로렌조 피오로니와 무대 디자이너 파울 졸러가 만든 동화 속 세상에 관객이 몰입했다. 악마의 차를 타고 달리는 왕자와 광대의 여정에선 서울 거리가 등장하는 로드무비가 만들어졌다. 왕자 침실 배경 천 장막이 무대 전체로 확장되는 무대 전환과 극 후반부 제작진이 무대에 등장하는 등의 포스트 모더니즘풍 연출도 볼거리였다. 연출은 후반부로 갈수록 기존 극 서사 공식을 뒤집는 부조리한 전개로 풍자를 극대화했다. 특히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영우가 대극장을 울리는 탁월한 성량과 객석을 사로잡는 연기를 보여줬다. 충직한 어릿광대 역의 강도호와 ‘모여라 꿈동산’에 나올 법한 큰 탈을 쓰고도 연기와 가창을 펼친 김가영도 갈채를 받았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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