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조 동부지검장이 1일 사직 인사를 남기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새로운 매트릭스의 시도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명예를 보호한다는 사법의 본질적 기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형사사법에 종사한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로서 짧게 나마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검사장은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수사, 별건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며 “사법기관 간 책임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이리저리 헤매던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더 큰 마음의 화상을 입어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 상태도 솔직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검찰에 있어 ‘공정한 정의’는 북극성처럼 도달하기 어렵지만 끊임없이 지향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수사는 당연히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검찰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비난은 주로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전속 수사 관할, 유책·면책 등 ‘사람’의 영역에서 국민의 총의를 모아 ‘공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방안을 강구함이 타당하다”면서 “사람의 영역의 문제를 사건의 영역에서 다루려다 보면 ‘수사·기소 분리’ 등 선례를 찾기 어렵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사법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난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양 검사장은 “기소란 단지 법률적 행위가 아니라 수사 과정의 총체적 이해와 판단의 산물”이라며 “수사와 기소, 국민과 검찰이 서로 벗어날 수 없듯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진지하고 냉정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의 부족함으로 상처나 불편을 느끼신 분께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한 양 검사장은 제주 출신으로 한양대 법과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서울남부지검장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 특수통이다.
양 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특수3부장을 지내는 등 ‘친윤’ 인사로 꼽힌다.
이르면 이날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고위 간부들의 사직 의사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신응석 남부지검장도 사직 인사를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