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로 출몰한 가운데, 러브버그의 천적이 없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적 없는 러브버그가 사람 잡는다”, “제발 살충제라도 뿌려달라”는 등의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9296건으로 1년 전 4418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주말 러브버그 떼가 대량 출몰한 인천 계양산이 있는 인천 계양구청 감염관리과에서는 “지난해엔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62건이었는데, 27일까지 통계를 잡아보니 360건 정도”라고 밝혔다.
러브버그는 붉은색의 가슴과 검은색의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으로, 보통 6월 말부터 7월 초중순에 많이 발생하는 계절성 곤충이다. 올해는 이례적인 고온과 장마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출몰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성충이 특별한 천적이 거의 없는 곤충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는 물론이고 개구리나 두꺼비, 다른 곤충들도 러브버그를 잡아 먹지 않는데, 그 이유가 러브버그 성충이 몸에 지닌 ‘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국제환경대학원 사라소타 카운티 캠퍼스의 연구원 캐럴 와이엇 이븐스는 2020년 기고문에서 “러브버그는 산성 맛 때문에 포식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 리터러시 협의회도 “러브버그는 신맛이 강하고 껍질이 단단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들이 먹기를 꺼린다”고 분석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고, 토양 유기물을 분해해 기름지게 하는 등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특유의 생김새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혐오감과 생활 불편을 주고 있다. 도심에서 자동차 유리에 붙어 안전 문제를 불러오기도 하고 사체가 쌓이면 산성을 띤 내장이 건축물과 자동차 등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식당, 카페, 편의점 등 업장에 피해를 주어 매출 감소 같은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러브버그는 질병을 옮기는 전통적인 의미의 해충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령에서 이들을 직접 관리할 근거가 부족하다.

국내 및 서울시의 해충 관리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서울특별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등에서 질병 매개 곤충의 관리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치구 차원에서의 자체적인 방역도 대부분 모기, 바퀴벌레 등 위생 해충에 집중돼있다.
각 구청은 러브버그 출몰에 따라 집단으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나 예방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계양산처럼 방역 차량 투입이 어려운 장소에는 직접 에어건 살포나 물청소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연구원은 러브버그를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칭하며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개체수가 증가하거나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행성 도시 해충도 관리 대상으로 확장해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리 대상 범위를 ‘대량 발생해 시민에게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곤충(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등), ‘대량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곤충’ 등으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