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전국 2만7013가구
11년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 기록
악성 미분양 물량 82.9% 지방 쏠려
서울·지방 아파트 가격 양극화 최고
전문가 “지방, 파격적 규제 완화를”
신임 국토부 1차관 “공급 지속 확대”
이재명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초고강도’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며 서울 아파트값을 진정시키기 위한 작업에 나섰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지방 시장은 계속되는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수도권과의 격차가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에선 이른 시일 내에 공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일시적 관망세 이후 다시 집값이 우상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월 말 기준 전국 2만7013가구로, 전월 대비 2.2% 늘었다. 22개월 연속 증가세로, 2013년 6월(2만7194가구)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수도권에서 91가구(2.0%) 늘어날 때 지방에서 500가구(2.3%) 증가하며 지방의 증가율이 더 컸다.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지방 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다. 악성 미분양 물량의 82.9%는 지방에 몰려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는 동안 지방 시장은 꾸준히 한파가 이어져 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주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지며 5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지방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 시장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가격 양극화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도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전월 대비 2.3% 오른 11.9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지방 같은 경우에는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좀 더 파격적인 규제 완화나 수도권과 다른 규제 혜택이 더 지속되고, 집중된다면 지방과 수도권 간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수도권·규제지역 대상으로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나서자 과열됐던 서울 주택시장은 일단 관망세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 시장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일시적 조정 이후 다시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 규제 영향으로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가격·거래량이 당분간 조정되겠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대출액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서울 외곽 지역이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를 수 있고, 매물 부족까지 겹치면 다시 전반적인 상승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우상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공급 로드맵 제시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상경 신임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주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