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버려진 KF94 마스크와 방진 마스크가 토양에 사는 예쁘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 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음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환경·에너지공학과 김태영 교수 연구팀이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등과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 땅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 널리 서식하는 약 1㎜ 길이의 작은 생물로,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KF94, 의료용, 방진용 세 종류의 일회용 마스크와 비교용 폴리프로필렌(PP) 원료를 표준 토양에 혼합해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토양 중 미세플라스틱 비율을 0.1%와 0.3%로 설정하고 꼬마선충의 번식 능력(부화한 유충 수)을 측정했다. 또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을 통해 선충의 대사 변화와 마스크에서 검출된 화학 첨가제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농도가 0.3%일 때 KF94와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이 각각 33%, 46%까지 감소했다. 또 KF94 마스크와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은 공통적으로 폴리아민 생합성 경로를 교란시켰다. 폴리아민은 생물의 세포 안에서 성장과 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은 분자로, 세포 대사와 유전자 조절에 관여한다.

연구팀이 고해상도 질량 분석을 한 결과 마스크에서 내분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등의 화학 첨가제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첨가제가 대사 교란과 생식력 저하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의료용 마스크와 폴리프로필렌(PP) 원료 섬유는 생식 독성 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광주과기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플라스틱 입자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해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회용 마스크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과 마스크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에 미치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독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마스크 폐기물의 장기적인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친환경적 마스크 소재 개발과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과 환경 안전’에 이달 초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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