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첸 박물관장 “중요한 상징”
日 “지극히 유감… 대응할 것”
4년 전 독일에 처음 발을 디딘 후 떠돌이 생활을 했던 평화의 소녀상 ‘동마이’가 둥지를 텄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본 여성박물관은 이날 오후 소녀상 제막 행사를 열었다. 박물관 입구 앞마당에 소녀상과 함께 설치된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여성이 전시 성폭력에 노출됐다는 언급과 함께 “일본군은 많은 여성과 소녀를 유괴해 성노예가 되도록 강요했다”는 설명이 달렸다. 동마이가 설치된 곳은 박물관 소유 부지여서 사실상 항구 정착이다.

이 박물관은 예술가로도 활동하는 마리아네 피첸(77)이 1981년 서독의 사실상 수도였던 본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여성박물관이다. 케테 콜비츠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다.
피첸 박물관장은 “우리에게는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매우 중요한 주제다. 이는 1000년 전,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 박물관에 중요한 상징이며 그 이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가 성노예이며 전쟁범죄임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소녀상은 과거의 기억을 풍화시키지 않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매화’라는 뜻의 베트남어인 동마이로 불리는 이 소녀상은 2021년 4월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전시로 처음 독일에 와 4개월간 전시됐다. 이후 창고에 방치됐다가 올해 3월 쾰른 나치기록박물관에서 3개월간 전시됐다.
본 여성박물관은 2018년에도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으나 당시 독일 주재 일본 외교관 등의 압박 등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번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서도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관계자들에게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갈 것”이라고 했다.
피첸 박물관장은 일본의 태도에 대해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논의를 막으려고만 하는 자세가 국제적 주목을 받아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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