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를 끝냈다. 첫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신문을 받을 수 없다며 버티는 바람에 3시간가량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출석 전 비공개 소환을 요구하더니 조사 과정에서도 특검을 비난하는 입장문까지 수차례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구차하고 치졸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누구도 조사를 거부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머문 시간은 15시간이었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에 그쳤다니 개탄스럽다.
조사 거부 이유가 황당하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는데 갑자기 조사 주체를 문제 삼았다. 조사에 참여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불법체포를 지휘한 가해자라는 핑계로 검사로 바꿔 달라고 했다. 박 총경이 체포 지휘를 한 적 없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이 참여한 신문조사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의자가 수사관을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인데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러고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아는 대로 성실히 진술을 다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과정에서 억지와 꼼수를 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소환을 통보하자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버텼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도 경호처를 동원해 집행을 막았다. 체포되기 직전엔 불법 수사라고 주장했고, 체포된 후 공수처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며 조서 열람·날인조차 거부했다.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도 ‘법치’ 운운하며 소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구속기소된 이후에는 구속기간 산정방식을 문제 삼아 구속 취소라는 결정까지 받아냈다. 검찰이 이에 항고하지 않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구속 47일 만에 풀려나는 황당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윤 전 대통령이 그간 검사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자신의 방어에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법꾸라지’ 행태가 반복되면 국민 공분만 커질 따름이다. 이제라도 법 기술에 기댄 억지와 꼼수 대응을 멈추고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 한때 대통령을 지낸 국가지도자로서 일반인 상식에 맞게 처신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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