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정보·IP 기록 등 넘겨
디지털 범죄 검거 사례 증가
‘추적당하지 않는 메신저’로 불리며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이 최근 한국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경찰 수사 자료 요청에 사실상 대부분 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지금까지 제공받은 자료는 1000여건에 달한다.

그간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김환국 국민대 교수(정보보안암호수학)는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는 탓에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고, 대화는 암호화되어 있어 사업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텔레그램 측에 수사를 목적으로 가해자 정보를 요청해도 쉽게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 ‘n번방(박사방)’ 사건으로 경찰이 텔레그램 측에 7차례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검찰에 체포되면서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 마약 밀매, 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텔레그램은 이후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변경하며 수사기관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은 한국 경찰이 정해진 형식에 맞춰 요청서를 보내면 가입자 정보나 인터넷 주소(IP)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자사 정책이나 국제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정보를 제공하는데, 95% 이상 응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나머지 5%도 요청서를 보내고 기다리는 상태로 사실상 거의 모든 자료요청이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텔레그램의 협조로 디지털 범죄 검거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남경찰청은 딥페이크 합성물 500여개를 제작·배포한 10대 고교생을 구속하고 일당 2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지난 2월 텔레그램에서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붙잡았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사법대학)는 “그동안 온라인상의 익명성으로 악질적인 범죄와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도 수사가 지연됐다”며 “텔레그램의 협조로 수사에 활기는 물론 다른 메신저와의 협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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