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선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허송세월만 하고 혁신은커녕 당권투쟁에나 몰두하니 한심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임기가 오늘 종료돼 내일 전국위원회에서 새 비대위원장을 결정한다. 이르면 8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2개월간 비대위원장을 맡을 적임자가 없어 송언석 원내대표의 겸임이 유력하다고 한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혁신 논의는 좌표를 잃고 표류 중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시도 당무감사,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은 당내 논의의 진전이 없다.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힘이 내놓은 반성의 변(辯)은 허언이었나. 김 비대위원장이 오늘 추가 개혁안을 발표한다지만 정작 본인이 퇴임하는 마당에 추진 동력이 있을 리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혁신보다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과 직결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 방식에 군침 흘리는 소리만 난무한다. 구 주류는 당 대표급이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로 거야에 맞서자는 주장이다. 반면 김문수 전 대선후보,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가나다순) 등은 구 주류의 기득권 유지 기도로 보고 부정적이다. 혁신엔 관심이 없고 당권에만 욕심이라니 대선 패배 정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몰염치다. 그럴수록 민심 이반은 계속된다. 지난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3%로 대선 득표율(41.15%) 절반 수준이다. 70대 제외 전 연령대, 대구·경북 제외 모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외연 확대의 대상인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42% 대 18%이다. 풀뿌리 지방정치의 판도를 결정하는 내년 지방선거는 2028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이런 식이면 지방선거와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국민의힘이 혁신하지 않고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정부·여당의 실책에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계산이면 당의 미래가 없을뿐더러 국민도 불행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석연찮은 논란에도 국민의힘 공박이 힘을 얻지 못하고, 여당이 국회 중요 상임위를 독식해도 국민의힘의 읍소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국민의힘은 전대 전 비대위 체제에서라도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수렁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이 있어야 보수 본류이자 건전한 국정 견제세력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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