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 트렌드는 인증샷 중심의 비주얼 문화에서 ‘실패 없는 맛’과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최고의 만족을 얻고자 하는 소비 심리 ‘경험비(Experience Cost)’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면서다.

이 같은 흐름은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콘텐츠의 증가, 전문가 추천보다는 셰프와 메뉴 중심의 선택 기준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음료 업계 또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최근 인기 외식 브랜드 8곳과 협업해 ‘레드리본 위크’를 운영 중이다. 이 캠페인은 매주 목요일,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사전 예약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부 레스토랑은 예약 오픈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레드리본 위크’는 검증된 맛집에서만 제공되는 한정 메뉴를 통해 소비자들의 ‘경험 욕구’를 자극하고, 차별화된 외식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레스토랑 ‘도량’의 임태훈 셰프는 “요즘 고객들은 외식을 단순히 식사로 보지 않는다. 확신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기대하며 레스토랑을 찾는다”며, “음식과 공간, 브랜드가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협업”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업계도 고급 브랜드 유치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전국 유명 맛집을 한데 모은 미식 큐레이션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쇼핑을 넘어 ‘외식 명소’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대표 사례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6월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오픈한 이후 1년 만에 전년 대비 14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강남의 프리미엄 스시 브랜드 ‘김수사’, 단독 매장을 고수해온 중식당 ‘미가훠궈’ 등을 유치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기존 식당가와 달리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조도 및 음악을 시간대별로 조정하는 등 감성적 경험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공간기획 기업 글로우서울은 지난 5일, 글로벌 미식 큐레이션 공간 ‘글로우 성수’를 성수동에 오픈했다. 이곳은 고정된 브랜드 없이 지속적으로 입점 구성을 변경해 세계 각국의 음식과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다.
이번에 입점한 브랜드로는 한국에 처음 소개된 싱가포르 로컬 맛집 ‘따시지아’, 홍콩식 멘보샤, 튀르키예 전통 샌드커피 등 독립성과 독창성을 갖춘 브랜드들이 포함돼 있다. 변화를 즐기는 미식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호텔업계 역시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셰프가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 검증된 스토리와 맛을 갖춘 메뉴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고급 호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하 조선 팰리스)’은 국내외 미쉐린 셰프들과 손잡고 특별한 디너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페리지’, ‘설큠’ 등 글로벌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셰프들이 참여해 창의적인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대표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에서 월별 테마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중식 파인다이닝 ‘팔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표 요리를 선보였으며, 하반기에는 일본 ‘스시 아오키’ 셰프 초청, 베트남 현지 셰프와의 협업 등 글로벌 셰프 초청 프로모션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외식 문화는 더 이상 ‘찍기 좋은’ 장소가 아닌 ‘경험이 검증된’ 장소를 향하고 있다. 음식 자체는 물론 공간, 브랜드, 셰프의 정체성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미식 경험이 중요한 시대, 소비자들은 이제 ‘신뢰’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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