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회사도, 인간관계도 때론 너무 버겁다. 오늘 하루 버티고 나면 내일은 낫겠지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도 불안감과 우울감은 계속해서 엄습한다.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지우려고 해도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커진다면, ‘적응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마음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적응장애’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나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이직, 퇴사, 인간관계 갈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학생의 경우 전학이나 따돌림, 가족 문제 등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과 이별,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등도 유발 요인이 된다.
사실 이런 요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은 겪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적응장애는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반응’이 사건 이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는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장기화할 수 있다.
주요증상은 과도한 걱정과 불안, 우울감, 짜증 등이 있다. 무기력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나 분노 조절 어려움 등을 겪을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는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 식욕감소와 소화불량, 회피 욕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져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적응장애는 정신과적인 치료나 환경 조성으로 보통 6개월 이내에 해소된다. 또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개선되기도 한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발생하더라도 혼자 담아두려 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거나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또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적응장애는 발생 시기와 치료 과정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대부분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고,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높고 일상생활 회복도 빠르게 나타나 6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으로 이어져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
적응장애는 상담·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심리치료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 전략을 습득하도록 돕는 인지행동치료 방식이 가장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효과가 좋다. 약물치료는 우울감이나 불안, 불면증과 스트레스 상황에 과몰입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해 감정 조절을 보완할 수 있다.

윤지애 교수는 “적응장애를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 반응이기도 하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며 “증상이 발생하면 단순한 슬럼프나 기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주의 깊게 자신을 관찰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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