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비(非)강남권 양극화만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지역별 수급상황, 시장 체감여건 반영 ‘핀셋 대응’ 필요
교통·교육 등 인프라 격차 해소 병행돼야 양극화 완화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단 두 달 사이 수억원씩 호가가 치솟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인천 송도 등지에서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거래가 이뤄지는 등 극단적인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 걸친 대출 규제 강화로 과열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기준으로 올 1~6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0.68%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편차가 극심하다. 서울은 같은 기간 3.01% 상승했지만, 경기도는 0.28% 하락했고 인천은 0.81%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몰려 있는 동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 들어 6개월간 동남권 아파트값은 7.23% 올라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단기간에 수억원이 오르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면적 190㎡는 최근 3.3㎡당 1억원이 넘는 70억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매물이 불과 4월에는 60억원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강남구의 지난 5월 아파트 거래량은 236건으로 4월의 두 배를 넘어섰다. 송파구 역시 4월 131건에서 5월 313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인천 등 일부 수도권 외곽 지역은 상황이 정반대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경우 고점 대비 반값에 가까운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연수구 ‘더샵송도 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 5월 말 27층 매물이 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최저가로, 같은 평형의 올 상반기 최고가는 8억2000만원이었다. 2022년 2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와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6·27 대책이 오히려 수도권 내 지역별 온도차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강남 쏠림 현상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은 재건축 기대감과 우수한 학군, 매물 잠김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억원씩 호가가 단기간에 뛰었다”며 “인천 송도 등 외곽은 실수요자 이탈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구조적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대출 규제 강화는 서울과 수도권 전역의 과열 수요를 잡겠다는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강남권과 비(非)강남권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책은 지역별 수급 상황과 시장 체감 여건을 정밀 반영한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주택 공급 확대와 교통·교육 등 인프라 격차 해소가 병행돼야 수도권 내 주거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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