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 가계 빚·집값 자극할 우려도
2차 추경 짜되 선심성 사업 솎아내길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전에 비해 0.7%포인트, 6개월 전보다는 무려 1.1%포인트나 깎였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8개 해외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와도 같은 수준이다. 성장률이 1%를 밑돈 건 최근 30여년간 외환위기(1997년 -4.9%),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0.7%),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를 빼면 처음이다. 다급해진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의 0.8% 전망에는 대내외 악재로 벼랑 끝에 몰리는 우리 경제의 암울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한·미 관세협상이 잘 타결돼도 1% 성장이 어렵고 역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 확률이 5%였다면 지금은 14%에 이른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성장이 -0.2%였는데 이런 기조가 1년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대로 낮아졌는데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졌고 금리 역전도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로 낮아졌다지만 이번 조치가 환율 불안을 자극하거나 자본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 가계 빚과 집값 불안도 걱정스럽다. 가계부채는 1년 새 5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928조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 내내 올랐는데 최근 들어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가 집값 급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투자나 경기회복보다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계부채와 집값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새 정부와 한은의 정교한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여의치 않은 만큼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달 초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대선후보들은 최소 20조∼3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약속했다. 과도한 추경을 반복하는 건 외려 국가신용도 저하로 이어지며 화를 키울 수 있다. 차기 정부는 경제 상황과 재정여건을 따져 추경 규모와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경기효과가 미미한 선심성 사업을 솎아내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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