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방 대응 2단계 발령하고 인근 차로 통제
서울 중구 세운대림상가 인근 한 노후 건물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중이다. 이 사고로 70대 한 남성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불이 난 골목에 공실이 많아 현재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25분쯤 세운대림상가 인근 사무실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 화재로 영업 중이던 상가 74개가 반소했고 비어있던 상가 48개가 전소했다. 소방은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흡입한 70대 남성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재개발 예정으로 비어있던 공가로 구조된 70대 남성은 3층 사무실에 있다가 연기를 흡입했다”면서 “건물이 밀집해 소방 차량 진입이 어려워 진화가 오래 걸렸고 넓은 구역에 걸쳐있어 밤새도록 잔불 진화 작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은 이날 오후 4시37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을지로3가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는 전 차로를 통제했다. 자욱한 연기에 퇴근하던 시민들은 입을 막고 발걸음을 재촉했고, 몇몇은 화재 진압 상황을 지켜봤다.
골목 안쪽에서 시작된 불은 대로변에 있는 가게까지 번졌다. 전구가게와 철물점 안에선 불길이 타올랐고, 소방은 포크레인을 이용해 폐건물을 부수며 연신 물을 뿌렸다. 대림상가 경비원 김경일(78)씨는 “불이 난 골목에 들어갔고 같이 있던 사람이 119에 신고했다”면서 “셔터가 내려진 빈 곳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따금 폭발음이 들렸다. 인근 조명가게 사장 박진호(58)씨는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는 건 공업소에서 기름을 저장해놓은 유압통에서 나는 것 같다”면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 조명 전기 가게까지 불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은 영업 중이던 74개 점포 중 48개 점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점포는 114개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공실이거나 인근 가게 상인들이 자재를 쌓아두던 창고로 사용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불이 났던 골목에서 종로4가로 상가를 옮겼다는 오모(58)씨는 “배전반이나 전선 등이 쌓여 있어서 불이 쉽게 안 잡힐 것 같다”며 “재개발 예정지가 된 후 빈 가게를 근처 사장들이 창고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관리되지 않은 빈 건물이 많아 불이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민들은 불안해했다. 화재 현장 옆에는 공업소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직원들은 작업을 멈추고 발을 동동 굴렀다. 박모(36)씨는 “목재 건물이기도 하고 천막과 자재 등이 쌓여 있어 불붙기 쉽다”며 “지어진 지 30년은 족히 넘었지만 재개발 예정지라 개보수도 어려워 불이 번지면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소방은 화재 발생 약 5시간 만인 오후 8시20분 초진을 선언했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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