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씨랜드 참사 26년 만의 추모 공간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5-26 23:08:27 수정 : 2025-05-26 23:08:25

인쇄 메일 url 공유 - +

26년간 끝나지 않은 ‘지옥’이 있다. 1999년 6월30일 새벽 당시 경기 화성군 서신면에 있던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일어난 화재로 서울 송파구 소망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1명, 레크리에이션 강사 3명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3층짜리 불법 컨테이너 건물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수사 과정에선 인허가 비리가 드러났고 사유지인 해당 부지는 상당 기간 방치됐다. 이곳에는 대형 민간 위락시설이 들어서 세월의 무색함만 느끼게 한다. 그동안 유족들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은 채 외면받았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이른바 ‘씨랜드 참사’이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변변한 추모시설 하나 없었다. 유족들은 모기향이 화재 원인이라는 수사 결과에 반발했으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참사를 야기하고 방치한 조국을 버리고 이민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씨랜드에는 다른 유치원에서 온 원생과 미술학원생, 인솔교사 등 1000여명이 머물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C동은 콘크리트 건물 위 2∼3층에 컨테이너를 쌓아 목재와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한 건물이었다. 불길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70㎞ 떨어진 오산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는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소화전은 고장 나 있었다. 궁평낙조와 해송군락지 등을 자랑하던 해변이 지옥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유족의 아픔을 달래 줄 추모시설이 참사 현장 바로 아래에 들어선다. 화성시가 올해 3월 착공해 다음 달 문을 열게 될 576㎡ 면적의 공원에는 부모가 아이를 감싼 형상의 석조 조형물 등이 건립된다. 시가 궁평종합관광지 조성과 함께 뒤늦게 건립 계획을 밝힌 지 8년 만이다.

 

역설적으로 추모시설 조성의 실마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재난을 기억하고 교훈을 남기자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이때 씨랜드 희생자들의 가족도 용기를 냈다. 당시 유족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비통함을 토로했다.

 

사실 추모공간 조성이 유족의 상처를 얼마나 치유할지는 알 수 없다. 유족들은 2001년 서울시의 도움으로 마련한 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추모비에서 자체 추모식을 열어 왔다.

 

2022년 확정된 공원 형태의 이번 추모시설 건립도 전후가 바뀌었다. 화성시는 청소년 수련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유스호스텔 ‘서해마루’ 건설을 2020년 확정했고, 해당 부지에 추모시설을 함께 건립하기로 했다. 10월 문을 여는 유스호스텔은 561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3814㎡,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설된다. 8년 전 추모비 건설 약속이 관광단지 조성 계획과 함께 시작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연히 구상 단계부터 논의도 부족했다. 유족들은 추모공간 위치를 시가 정한 도로가에서 사고 현장과 가까운 안쪽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유족은 아쉬움을 표했고, 결국 자리가 조정됐다.

 

시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청소년들이 인근 추모공간을 방문해 씨랜드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러운 듯 아이를 품은 석조 형상은 사고 당시를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찾는 이들의 가슴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부디 희생된 아이들이 석조 형상처럼 부모 품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소현 '심쿵'
  • 김소현 '심쿵'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