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 잡은 만큼 심리적 저항 상당
소비자 체감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국내 커피 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프랜차이즈는 물론, 저가 커피 브랜드와 믹스·캡슐커피 등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상기후로 인한 원두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 등을 불가피한 인상 배경으로 들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잇따라 커피 가격을 인상 중이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오는 29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300원 올리며,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역시 30일부터 아메리카노 등 커피류 32종의 권장 판매가를 100~500원 인상한다.
이미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폴 바셋, 파스쿠찌 등 주요 브랜드들은 앞서 가격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으로 삼던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MGC커피(메가커피)’는 브랜드 론칭 10년 만에 지난달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빽다방’은 이달 21일부터 아메리카노(핫)를 기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카페라테(핫·아이스)는 2000원에서 2200원으로 각각 200원씩 올렸다. 이 외에 컴포트커피, 더벤티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즐겨 마시는 믹스커피와 캡슐커피도 마찬가지다. 동서식품은 오는 30일부터 ‘맥심’, ‘카누’ 등 인스턴트 커피 및 커피음료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의 가격 조정이다.
세부적으로는 ‘맥심 모카골드’ 등 커피믹스가 평균 9%, ‘카누 아메리카노’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평균 9%, ‘맥심 티오피’와 ‘맥스웰하우스 RTD(Ready To Drink)’ 제품은 평균 4.4% 인상된다.
업계는 원두 수입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라비카 원두의 최근 3개월 평균 가격은 톤당 848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449달러) 대비 9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제조·유통비용 전반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점심 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 일상이었는데, 이젠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것도 눈치 보일 정도”라며 “물가도 커피값도 오르니 자취생 입장에선 정말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모(42) 씨는 “원두값이 올랐다고 하니 이해는 되지만,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니 소비자로선 대안이 없다”며 “믹스커피, 캡슐커피까지 다 오르니 정말 발 뺄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가격 인상이 소비자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 잡은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고물가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소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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