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차주 대출 한도 최대 1억원 줄어든다
수도권 집값 과열…가계부채 급증 대응 의도
전문가들 “실수요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를 전 금융권에 전면 시행한다. 이에 따라 연봉 1억원인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최대 1억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20일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을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기타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일괄 적용한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상승 리스크를 고려해 대출 가능 금액을 산정하는 제도로, 실제 금리에 반영되진 않지만 대출 한도 산정 시 적용돼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트레스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은행권 주담대에 0.38%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1단계를 시행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은행권 신용대출 및 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범위를 확대한 2단계 조치를 실시했다. 특히 수도권 주담대에는 1.2%의 상향 금리를 적용했다.
3단계가 시행되면 모든 금융권의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가 일괄 적용된다.
◆“연봉 1억 차주, 대출 한도 1억 가까이 감소”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연 4.2%의 혼합형 금리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2단계 기준 한도는 약 6억3000만원이지만, 3단계 적용 시 5억9000만원으로 약 3300만원 줄어든다.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할 경우 5억9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1900만원, 주기형(5년 단위 금리 조정형) 상품은 6억5000만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1800만원 가량 한도가 감소한다.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최대 약 1억원의 한도 축소 효과가 나타난다.
연봉 5000만원 차주도 대출 한도가 상품 유형에 따라 900만원에서 최대 17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도 금리 유형과 만기에 따라 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연봉 1억원인 차주가 5년 만기, 대출금리 5.5%의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금리 이용 시 400만원, 고정금리 이용 시 300만원의 한도가 줄어든다.
다만 지방 주담대는 지역 경기 침체와 주택시장 위축을 감안해 이번 3단계 조치에서 제외됐다. 지방의 경우 기존 2단계 기준인 0.75% 스트레스 금리를 연말까지 유지한다.
신용대출 1억원 미만에 대해서도 실수요 및 생계자금 위축 우려를 고려해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출 ‘막차’ 수요 몰려…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3단계 시행이 예고되면서 대출 시장은 벌써부터 ‘막차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며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3천억 원 증가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잔액은 5월 상반기에만 약 3조원가량 증가했다.
주택시장 과열 조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하락 전망보다 많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스트레스 DSR이 과열된 대출 수요를 억제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수요자들의 대출 접근성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집값 기대감도 상승 “정책 실효성 미지수”…금융당국 “필요 시 추가 조치도”
한 부동산 금융 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수도권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고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라며 “미래 금리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통해 대출 한도를 자동 조정하는 방식은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연봉 1억원 차주의 대출 한도가 최대 1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만큼,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조차 원하는 주택 구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일괄 적용은 지역별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금융권과 협력해 월별 대출 한도 관리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스트레스 DSR은 금리 인하 시기에도 대출 한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라며 “정책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추가 규제도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본규제 기준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내부등급법상 15%로 설정된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올릴 경우 은행은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가계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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