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본적 삶 실질적 보장해야”
본격적 진보진영 지지층 결집 도모
생애주기소득보장·주4.5일 등 제시
기본주택 제외 등 과거 비해 톤다운
“성장과 대립 아냐” 노선 변화엔 일축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 설치
사법의 정치 개입 차단책 등 주문
6·3 대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보수 노선을 유지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2일 ‘기본사회’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초반 ‘성장’ 기조를 강조하며 우클릭 행보를 보였던 이 후보가, 선거 중반을 맞아 대표 브랜드 정책인 기본사회 카드를 꺼내들며 진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며 기본사회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초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구멍이 있는 ‘사회안전망’을 넘어 빈틈이 없는 두툼한 ‘안전매트’가 깔린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본사회는 단편적인 복지정책이나 소득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기본사회위원회(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고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정책목표·핵심과제 수립 및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사회 추진 방안으로는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 구축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확대 △공공·필수·지역 의료 강화 △‘돌봄 기본사회’ 구축 △주택공급 다변화 △공교육 국가 책임 강화 △주 4.5일제 도입 △국민연금 개혁과 주택연금 확대 △지역 맞춤형 교통 서비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가 이날 제시한 기본사회 공약은 과거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보였던 기본사회 공약과 비교하면 다소 톤다운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도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이 제시한 기본사회 공약과 비교하면 2021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에서 제시된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은 이번 공약에선 빠졌다. ‘청년 기본대출 1억원’ 공약도 ‘청년미래적금’으로 변경됐다. 아동수당 확대 지급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 수준으로만 언급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공약이 넓은 범위의 구상을 전체적으로 공개하는 식이다 보니 세부 내용이 많이 포함되지 않았고 구체성이 떨어져 변화된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구체적인 공약 내용은 다음주 민주당 선대위의 공약집이 공개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앞서 선대위 후보직속위원회로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10대 공약에 기본사회를 포함한 데 이어 이날 기본사회 공약까지 직접 발표하며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진보 진영 지지층 결집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선대위는 그간 이 후보가 성장을 중시해온 건 맞지만 기본사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기 때문에 특별한 노선 변화로 볼 수는 없다며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우선돼야 할 성장에 대해선 이미 많이 언급했기 때문에 기본사회 정책도 적극적으로 언급할 시점이 됐을 뿐이라는 취지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본사회는 어쨌든 늘 우리가 지향해야 될 바였던 것이고 실현하기 위한 현재 단계에서의 정책 수단을 제시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성장이라는 건 그 자체로 목표일 수 없고 성장을 통해 결국 국가와 국민의 부를 늘려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 아니겠나”라며 “성장과 기본사회 공약이 대립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출범한 민주당 선대위 산하 ‘국제기준사법정의실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사법 제도 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태웅 국제기준사법정의실현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뒤엎고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내부적 반성과 책임 추궁, 재발방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선별적·권한 남용적 검찰의 수사·기소, 자의적 압수수색 등을 끝내고 국제적 기준에 맞게 인권과 법의 지배를 보장하는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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