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계개편 불가피…주도권 싸움 벌써 시작
‘친윤(친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이준석의 보수 정계 개편 주도권 싸움.’

6∙3 조기대선 앞두고 벌어진 국민의힘 내분과 개혁신당과의 당 대 당 갈등은 대선 이후 보수 정계 개편 ‘키’를 쥐려는 세력 간 기싸움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10% 안팎을 기록한 것도 단일화 가능성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대선 코앞에서 서로 물고 뜯고 폭로하는 이전투구의 이면에는 앞으로 진영 내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고, 그 주도권 싸움을 진작부터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단일화는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22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 관련 질문은 이제 안 해도 된다”며 “단일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선거일까지 전화 연락이 어려울 것 같다”며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야기 등 불필요한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전화에 수신 차단을 설정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후보를 향해 구애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이 후보는 두 자릿수 대선 득표율을 갖고 보수 정계 개편을 주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에는 ‘대선 패배와 보수 위기, 정계 개편’을 수순으로 보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여론조사상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보직 상납은 이 후보에게 득보다 ‘실(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미 간판이 휘청거리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새 집 건축의 주도권을 쥐려면 대선 완주가 필수란 것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후보가 이번에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으면 차기 주자로서 기반이 닦이게 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이번에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 등록 비용과 현수막, 선거차량, 광고비 등 이미 많은 비용을 썼는데 단일화를 하게 되면 선관위의 비용 보전을 포기해야 한다”며 “비용 문제도 무시 못 한다”고 했다.

◆친윤 vs 신흥세력 결전 불가피
만약 보수 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현 기득권인 친윤과, 한동훈 전 대표, 당 밖의 이준석 후보가 정계 개편의 3개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 전까지 미국 하와이에 머물기로 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키 맨’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에 내몰린 국민의힘은 자연스럽게 해체∙결합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현 기득권과 신흥 세력의 일대 결전은 불가피해진다. 친윤이 다시 당권을 잡느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세력으로 보수가 재편되느냐가 첫 과제로 꼽힌다. 그 과정에서 신흥 세력인 한 전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탈당하면서 당에 독설을 퍼부은 홍 전 시장이 각각 따로따로 손잡는 것도 상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전에 승패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갈등은 그 전초전으로도 풀이된다.
개혁신당 이동훈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이 지난 21일 국민의힘 친윤계가 “당권 줄 테니 단일화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하자, 한 전 대표는 이날 “친윤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며 맹폭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친한동훈계 일부가 (개혁신당의 폭로를) 자당 내에서의 친윤과의 당권 투쟁에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다시 구제 불능”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친윤계 의원들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는데 당권을 어떻게 주느냐”고 했다.
박 평론가는 “결국 지금의 상황은 대선 패배를 당연시하면서 이후에 보수 정계 개편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걸로 보인다”며 “친윤이 정리되지 않으면 과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공존했던 것처럼 보수가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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