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겨냥해 언어 지원, 결제 편의성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외국인 고객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앱에 ‘영문 인터페이스’ 베타 버전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앱 내 주요 문구의 영문화 작업을 본격화한 쿠팡은 전문 번역팀을 운영하며, 번역의 정확성과 명확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쿠팡은 상품 검색, 상세 페이지, 결제 프로세스는 물론, 해외 직구 서비스인 ‘로켓직구’까지 모두 영어로 제공해 글로벌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로켓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이른바 ‘쿠세권’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고객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CU는 지난달부터 외국인 방문이 많은 명동, 홍대 등 서울 시내 직영점 5곳에 AI 기반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CU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일평균 점포당 약 10건 이상 사용되며, 특히 어려운 단어나 발음이 잘 통하지 않을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외국인 대상의 무인 환전 키오스크 이용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환전 서비스는 론칭 첫 달 대비 지난달 기준 1057.4% 증가했으며, 외국인 부가세 환급(Tax Refund) 서비스 누적 이용객 수는 2만6000명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CU는 KB비자와 손잡고 외국인 비자 발급 서비스를 지난 1일부터 정식 론칭했다. 고객이 CU 매장을 통해 전문 행정사의 상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홍대·이태원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50여 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연내 1000개 점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인 전용 CU 창업 패키지, 외국인 근무자 채용 연계 프로그램 등 추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GS25 역시 외국인 소비자를 겨냥한 결제 편의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GS25는 롯데면세점, 위챗페이와 협력해 유통업계 단독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GS25와 롯데면세점에서 위챗페이로 결제하면 할인 쿠폰을 제공받을 수 있다.
2026년 2월 19일까지 서울 중구, 성수동, 강남구, 경주시, 제주도 등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니온페이(NiyonPay)로 결제 시 1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GS25의 외환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GS25 환전 서비스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18배 증가했으며, 현재 1000여 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택스리펀드(Tax Refund) 서비스 이용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35%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더즌환전 키오스크를 통해 15개국 외화 환전 및 선불카드 발급 서비스도 도입했다.
외국인 소비자가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로도 유입되며, 마트가 새로운 관광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오렌지스퀘어의 ‘2024 방한 외국인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결제 상위 1000개 가맹점 중 마트와 슈퍼마켓이 각각 10%의 비중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전국 매장에 대만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도입하며 외국인 대상 결제 수단을 강화했다. 특히 인천공항철도와 연결된 서울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경우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아, 지난해 기준 외국인 고객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외국인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 둔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관광, 쇼핑, 생활편의가 융합된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