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후 지원 대가로 희토류 등 이익
우크라, 전략적 협력 관계 적시 끌어내
EU 가입 방해 요소 빠지는 등 성과도
트럼프 “푸틴 억제 효과 있을 것” 강조
美의회선 ‘러 제재법’ 초당적 발의 앞둬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등 자원 개발과 관련해 미국의 참여와 이익을 인정하는 광물협정을 진통 끝에 체결했다. 지난 2월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협정 조인식을 위해 만나 회담하다가 공개 언쟁을 벌이며 파국을 맞은 지 두 달 만이다.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고리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여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러시아로 기우는 행보를 멈추고 다시 균형을 유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양국이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래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한 중대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번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두 나라는 양국의 자산, 재능, 역량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함께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인정하길 꺼리던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도 이번 협정에 대해 “평등하고, 이익이 되는 좋은 합의”라고 평가했다.
협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초안 최종본을 근거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자원, 석유, 가스, 기타 천연자원에 대해 공동 투자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히 미국의 미래 군사원조 기여금을 이번에 설립되는 재건 투자 기금에 기여하는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군사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등과 관련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우크라이나로서는 자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인책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협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 안전 보장 문제가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명시되고, 미국의 기존 안보 지원에 대한 보상 문제도 빠지는 등 우려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향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시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도 빠졌고, 미국이 통제권 확보 필요성을 거론했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쪽으로 기운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협정 체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스채널 뉴스네이션이 개최한 타운홀 행사에서 광물협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억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압박에 응하지 않고 ‘3일 휴전’ 등 일시적 방안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구체적인 행동을 지켜봐야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공화당 내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추진해온 ‘2025 러시아 제재법’이 초당적 지지 속에 발의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에는 러시아가 휴전협상을 거부하거나 추후 합의를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할 경우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를 제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제3자 제재(2차 제재)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물품에 500%의 징벌적 관세를 물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엄 의원은 WSJ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러시아 경제에 “뼈가 부러질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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