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예산 폭거가 국회 권한이면
계엄과 후속 조치는 대통령 권한”
이상민 “계엄 선포 전에 우려 전달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한 적 없어”
신원식 “尹, 안가서 비상조치 언급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 피력했다”
11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와 윤 대통령 측이 계엄을 선포하게 된 사유로 제시한 부정선거 의혹 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줄탄핵과 예산 입법 폭거가 국회 권한이라 했는데,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엄연히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국회 등에서 “증언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등에 대해 상세히 답변했다. 대체로 윤 대통령에 유리한 취지로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을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찬성·반대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으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계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절차적 흠결 논란에 대해선 “위원들끼리 열띤 토론과 의사 전달이 있었던 건 처음”이라며 “평가는 제 몫이 아니지만 1∼2분 만에 끝난 해제 회의보다 계엄 선포를 위한 회의가 훨씬 실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전 장관에게 “부서(국무위원들이 서명하는 것)는 대통령의 법적 행위에 대해 하는 것이지 국무회의에 대해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묻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전혀 아니다”라고 호응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언론사에 전기·물 공급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이와 관련해 지시받거나 지시한 적도 없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 쪽지 몇 개를 멀리서 얼핏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 신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야당을 겨냥해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이 굉장히 악의적이었다”거나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을 파괴시키려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맹폭했다. 계엄 선포의 사유 중 하나로 내세웠던 야당의 줄탄핵과 국정 마비 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오후에 증언대에 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신문에서는 계엄 전후 상황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신 실장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한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계엄을 사전모의한 정황 증거로 지목됐다. 신 실장은 “군이 현실정치에 역할을 하는 것 정도의 분위기로 이해했다”며 “계엄까지는 생각을 못 했고, 어떤 경우든 적절하지 않다고 제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신 실장은 계엄 선포 직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 수석들과 함께 윤 대통령을 말렸다고도 회상했다. 그는 제2 계엄 또는 계엄 해제 거부 가능성에 대한 물음엔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며 “‘해제하자’ 말하니 대통령이 바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거대 야당의 폭주에 경종을 울리려 했다’는 등의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저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국정원이 유관 기관과 함께 2023년 7∼9월 실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점검 결과를 언급하면서, 점검에서 드러난 선관위 시스템의 취약점을 방치할 경우 “국가적으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IT(정보기술) 강국의 위상과 대외 신뢰도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선거 부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5차 변론 때 해당 시스템을 살펴보고자 선관위에 군 투입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뒤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보고 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하면 서버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겠다고 역설했다.

헌재가 지정한 변론기일은 13일(8차) 한 차례 남았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이 증인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권한대행(참모장)에 대해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선관위 서버 검증 신청도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에는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과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변론 절차가 끝나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를 한다. 국회 측은 이날 헌재에 심리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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