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상당수 서울·수도권 분포… 탈루 금액 2000억원대

서울에 사는 김모씨(여·32)는 결혼식을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 비용을 계산해보니 최소 3000만원이 넘어가더라”라며 “차라리 이 돈으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거나 신혼집 마련에 보태려고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며 결혼 5년차인 이모씨(여·40)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부부이다. 이씨는 “딩크를 하려고 한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딩크가 됐다”라며 “아이를 낳으면 어떨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혼인건수와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결혼 준비 서비스 업체와 산후조리원 등이 불법적인 현금 거래와 소득 탈루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업체들은 고가의 서비스 비용을 부풀리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하여 매출을 누락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건수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9만 3000여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1997년 43만4000여건을 유지중이었던 혼인건수는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출산율 또한 2023년 기준 0.72명으로 1997년 1.54였던 출산율은 꾸준히 줄었다. 2024년에는 이보다 약간 높은 0.7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출산율이 증가하며 반등하긴 했지만 유의미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청년들은 “나 혼자 벌어먹고 살기에도 힘들다”라고 판단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바가지 요금과 불투명한 계약으로 청년들의 결혼·출산 의지를 꺾는 스드메, 산후조리원, 영어유치원 업체들이 과세당국에 적발됐다.

이날 국세청은 ‘스드메’ 등 결혼 준비 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 10곳 등 46곳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업체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분포됐고 소득 탈루 혐의 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고 조사대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고가의 비용부터 추가금 악용까지 가관이었다.
한 스튜디오인 A 업체는 웨딩 사진 촬영 후 원본·수정본 구입비, 액자비, 장당 추가비 등 현장 추가금이 발생하면 친인척 명의 계좌로 현금 이체를 유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한 업체는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 주식 취득자금으로 유용했다.
이 업체는 유학 중인 자녀 명의를 이용해 다른 사업자로 등록하고 촬영대금을 분산해 자녀가 정상적인 소득이 있는 것 처럼 위장했고 이 자녀는 그 소득으로 아파트를 취득했다.
웨딩드레스 대여샵 B 업체는 드레스 착용 비용인 ‘피팅비’를 현금으로만 받고 드레스 브랜드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금도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했다.
이들은 영업시간에 캠핑장·피부미용실·골프장을 이용해 놓고 고액의 급여를 계속 수령했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의 수익 누락 규모를 정밀 검증하고 매출 분산 거래와 자금 출처 적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산후조리원 업체 역시 적발됐다.
강남의 일부 조리원들은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책정하고 있는 가운데 산후조리원은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사업자인데도 현금영수증 미발급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입학 경쟁이 치열한 D 영어유치원은 수강료 외에 별도로 결제해야 하는 레벨테스트 비용, 교재비, 재료비, 방과 후 학습비는 모두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만 받아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민주원 조사국장은 “금융 추적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낱낱이 확인하겠다”며 “현금영수증 미발급 가산세를 철저히 부과하고 조세범칙행위 적발 시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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