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칠레·콜롬비아 등 ‘분홍 물결’
2023년부터 아르헨 등 ‘극우 물결’ 뚜렷
‘분홍색 물결’(Pink tide·핑크 타이드)은 계속될 수 있을까.
핑크 타이드는 남미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기조를 일컫는다. 1990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이 출범되며 시작된 흐름으로 2015년까지 약 20년간 이어졌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2015년 12월 아르헨티나 우파 정권 집권을 시작으로 퇴조하며 ‘1차 핑크 타이드’가 막을 내렸다.

다시 한 번 핑크 타이드의 불을 지핀 주체는 멕시코다. 2018년 7월 중도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89년간 이어진 우파 정권을 끝내고 당선되며 남미의 ‘2차 핑크 타이드’ 시작을 알렸다. 심화한 소득 불평등, 후퇴한 민주주의에 지친 멕시코인들은 ‘시민을 대변할 수 있다’고 외치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끌리기 시작했다. 당시 멕시코의 절대 빈곤인구는 약 40%에 달했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2021년 6월 페루 대선에서 급진 좌파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당선됐다. 12월 칠레에서 학생운동가 출신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선출되며 분홍 물결이 퍼지기 시작했다. 2022년 7월에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콜롬비아에서 첫 좌파 정부를 수립했는데, 10월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핑크 타이드를 완성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핑크 타이드가 꺾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좌파 정권이 연쇄적으로 사라지고 극우 정당들이 집권하는 ‘파 라이트 타이드(Far Right Tide·극우 물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아르헨티나다. 지난해 11월1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선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최악의 경제난에 멕시코와 달리 극우를 택했다. 1970년대까지 ‘부자 나라’로 불렸던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연간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겪자 ‘남미의 트럼프’에 표를 던진 것이다. 그렇게 2021년 하원의원을 지냈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없는 ‘아웃사이더’ 의원 밀레이가 기존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진 국민을 등에 업고 극우 대통령이 됐다.
앞서 ‘깨끗한 좌파’ 이미지를 내세우던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경제 위기 대응 실패와 측근의 부패 연루 의혹 등으로 2022년 탄핵을 당했다.
에콰도르에서도 기예르모 라소 전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빈곤 퇴치 공약을 건 바나나 재벌가 출신의 중도 우파 다니엘 노보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횡렴·배임 등의 혐의로 친시장주의의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에콰도르 국민은 또다시 우파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