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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평범했는데”…수능 만점 의대생의 몰락

입력 : 2024-05-09 07:00:00 수정 : 2024-05-09 09: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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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휘둘러 이별 통보 여친 살해
교내채팅방 “걔가 어떻게” “충격”
재학 중 성적 부진으로 유급돼
이후 교우관계 거의 없었던 듯
“이국종 교수 롤모델” 발언하기도

법원 “도주 우려” 구속영장 발부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수능 만점자인 명문대 의대생 최모(25)씨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주변인들은 그를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기억하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재학 중 성적 부진으로 유급된 사실이 있으며, 그 후 교우관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한 가운데 최씨는 최근까지 학교에 계속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모(25)씨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8일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6일 오후 5시쯤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경찰은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최씨를 끌어냈고,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그의 말에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이 이날 피해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사인은 흉기에 찔린 출혈(자창에 의한 실혈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수능 만점자에 서울 명문대 의대생으로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주변인들은 그를 평범한 대학생으로 기억했다. 피의자 최씨와 같은 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최씨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이성 문제도 크게 없었고, 학교에서 말썽부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최씨가 평소에 불안정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학과 생활도 적당히 하고 친구도 적당히 있는 무난한 학생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 해당 의대 재학생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걔가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까”, “충격적이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복수의 재학생에 따르면 최씨는 본과 1년 차인 2020년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유급된 이후 동기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한다. 최씨가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학교 커뮤니티 내 ‘의대 게시판’에는 “(본과) 실습 때 다른 사람들한테 있는 대로 피해 끼치고 다녀서 사람 취급 못 받았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최씨는 계획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최씨의 국선변호인 측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도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심문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날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가 대입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의 한 명문대 의대에 합격해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라인에 최씨 신상이 유포되는 일도 있었다. 최씨는 한 대형 입시업체의 홈페이지에서 ‘멘토’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 직후 인터뷰에서 “이국종 교수(현 국군대전병원장)가 롤모델”이라고 밝힌 사실도 주목을 받았다.

2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된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 KBS 보도화면 캡처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으로 2020년(8951명)보다 55.7% 급증했다. 교제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지난 3월엔 경기 화성시에서 김레아(26)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어머니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 등을 분석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최소 138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교제폭력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규정해 해당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령은 아직 없다. 교제폭력은 사실혼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가정폭력을 다루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스토킹 행위가 입증되지 못하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보호 조처도 어렵다. 연인 관계에서 정서적 학대 등이 동반되는 교제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고은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교제폭력 관련 특별법이 없는 환경에선 수사기관과 법원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범행 전후의 상황 등 범행의 맥락을 파악해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림·이정한·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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