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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하느냐 않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호화 캐스팅 연극 ‘햄릿’ 6월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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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8 11:51:44 수정 : 2024-05-08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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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컴퍼니, 2016년 초연 후 세 번째 시즌…30대∼80대까지 세대 아우른 쟁쟁한 배우들 한 무대
이호재·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남명렬 등 이해랑 연극상 수상 배우만 11명
첫 출연 이호재 “이 무대에 못 끼면 이 시대의 배우라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참여”
손숙 등 원로배우들 “‘햄릿’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복”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 “이런 분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게 영광…누가 안 되도록 노력”
대극장 연극으론 이례적으로 3달 공연 시도…박명성 프로듀서 “좋은 작품에는 관객 들끓을 것“
손진책 연출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는 ‘햄릿’의 핵심 대사이자 주제 제대로 펼치겠다”

“광대든 단역이든 참여하는 자체가 행복하고 연습장에 가는 게 행복합니다.”(손숙, 연극 ‘햄릿’ 배우2역)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연극이 ‘햄릿’이고, 특히 햄릿 역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배역인데 처음 참여하게 돼 기쁩니다. 그보다도 이런 분들과 한 무대에 같이 선다는 게 큰 영광입니다.”(이승주, 연극 ‘햄릿’ 햄릿역)

 

30대부터 80대까지, 마치 가족 3대가 모인 것처럼 세대를 아우른 쟁쟁한 배우들로 꾸린 연극 ‘햄릿’이 6월부터 석 달가량 관객과 만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를 다룬 고전 명작으로 국내에서는 이해랑(1916∼1989) 선생이 1951년 첫선을 보였다. 

 

연극 ‘햄릿’을 제작한 프로듀서 박명성

이해랑 탄생 100주년인 2016년, 햄릿 역의 유인촌 등 연기 인생을 모두 합쳐 422년에 달하는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이 출연한 초연과 이들 배우에 강필석(햄릿 역), 박지연(오필리어 역) 등 젊은 배우가 가세한 2022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햄릿’이다. 이번에도 배역과 상관없이 어떤 무대에 서든 존재감이 대단한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배우만 해도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길해연 11명에 달한다. 창작진인 연출 손진책,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 프로듀서 박명성, 각색 배삼식도 이해랑 연극상을 받았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는 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선생님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면서 “연극정신을 이어 받는다고 생각하며 축제 같은 무대를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대극장 연극임에도 3개월 (장기) 공연에 도전하게 됐다”며 “흥행 확신은 없지만 감동적인 좋은 작품에는 관객이 들끓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연 때부터 계속 연출을 책임진 손진책(77)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예술 밖에 없다”며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인데 처음(초연)은 9명 배우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뜻) 형식, 두 번째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산 채로 죽어 있는, 죽은 채로 산 듯한 사령(死靈)들의 연극으로 만들어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는 ‘햄릿’의 핵심 대사이며, 주제”라며 “진실을 묵살하고 비겁하게 사는 것은 산다고 해도 죽은 것이다. 그런 쪽으로 ‘햄릿’을 다시 한 번 펼쳐보이고자 했다”고도 했다.

 

주인공 햄릿 역에는 강필석·이승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손 연출은 “강필석은 외향적 사유형인 아폴론적 인물, 이승주는 내향적 사유형인 헤르메스적 인물”이라며 “강필석은 대사의 파워와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하고, 이승주는 슬픈 코러스의 음악 선율이 흐르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연극 ‘햄릿’ 연출을 맡은 손진책. 뉴시스

2년 전에 이어 다시 햄릿을 맡은 강필석(46)은 “지난 시즌 연습 당시 손진책 연출과 대사 한 줄을 두 시간 동안 연습하는 경험을 했다”며 ”‘한 마디 한 마디를 주옥같이 하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배우라 할 수 있느냐’고 조언해주셨다. 과정이 힘들었지만 끝날 때 쯤 ‘이런 세계가 있구나’ 했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햄릿'에 새로 합류한 이승주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중압감에 두려워서 선뜻 답하지 못했다”며 “제가 감히 이런 (대단한) 분들과 함께 이 연극을 할 수 있는 그릇이 될까 온종일 고민한 뒤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뜨겁게 끓어오르고 차갑게 식는 것을 반복하며 그릇을 만들고 있다. 연습실 가는 길이 경이롭고 놀랍고 감사하다”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햄릿 아버지이자 동생에게 살해 당한 ‘선왕(유령)’ 역의 전무송(83)은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이런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세 번씩이나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고 했고, 같은 역을 번갈아 맡는 이호재(83)는 “이 무대에 못 끼면 이 시대의 배우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저도 참여하게 됐다”며 웃었다. 

 

7일 연극 ‘햄릿’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연출 손진책, 배우 김재건, 전무송, 이호재, 손숙, 정동환, 프로듀서 박명성, 배우 박지일, 이항나(가운데줄 왼쪽부터), 정경순, 길해연, 박정자,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루나, 김명기(뒷줄 왼쪽부터), 남명렬, 이충주, 전수경, 강필석, 이승주, 정환, 이호철, 양승리. 뉴시스

무덤파기 역으로 출연하게 된 김재건(77)은 “‘햄릿’을 보며 ‘나는 언제나 저기에 낄까’ 했는데 지난해 다행히 이해랑 연극상을 받아 처음 참여하게 됐다”며 “모든 게 다 새로운 초년생이니만큼 배역에 충실해 열심히 잘 하겠다”고 했다.

 

손숙(80·배우2 역)은 “거트루드 왕비 역할 신청했다 떨어졌지만 ‘햄릿’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고전의 힘을 다시 느꼈다. 세 번 하고 있지만 50%만 이해할까 싶고 할수록 새롭게 깨달아지는 게 있다. 관객들도 각자 보는 관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자(82·배우1 역)도 “고전은 영원히 고전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큰 울림을 준다”며 “햄릿은 영원할 것”이라고 보탰다. 

 

햄릿과 대척점에 있는 숙부 클로디어스 왕 역은 정동환(75)과 길용우(69), 햄릿 어머니이자 클로디어스 아내가 된 거트루드 왕비 역은 김성녀(74)와 길해연(60)이 맡는다. 신하 폴로니우스 역은 남명렬(65)과 박지일(64), 폴로니우스의 딸 오필리어 역은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31), 아들 레어티즈 역은 양승리(39)와 이충주(39)가 연기한다. 이 밖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서는 전수경(58·배우1 역)을 비롯해 이항나(54·배우2 역), 정경순(61·배우3 역), 손봉숙(68·배우4 역)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6월9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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