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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쓴 15년 전 집단성폭행 자백, 증거 인정될까

입력 : 2024-05-08 06:00:00 수정 : 2024-05-08 0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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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남긴 성범죄 고백… 대법 “증거 능력 없다”

15년 전 친구들과 집단 강간 기록
“10여년 지나… 기억 오류 가능성”
남성 3명 유죄선고 원심 파기환송

15년 전 범행을 자백하며 남긴 유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별도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구(舊)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준강간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2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이 사건은 2021년 3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중학생이던 2006년 친구 3명과 함께 여자인 후배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 강간을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재판에서는 A씨 유서가 증거능력이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형사소송법(314조)은 원진술자가 숨지거나 외국거주·소재불명 등 상태라 법원에 출석할 수 없는 경우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진술에 대한 반대신문이 이뤄질 수 없는 점을 감안해 대법원도 특신상태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1심 법원도 이런 판례를 근거로 A씨 유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유서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세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내리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사망 전 불안정한 심리상태였지만, 사건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재한 점 등을 고려해 유서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A씨 유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서의 내용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A씨가 사망해 수사기관이 유서 내용의 구체적 의미를 따져볼 수 없었고, 사건 발생 이후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서가 작성돼 기억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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