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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프레임 탈피…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힘 쏟아야” [심층기획-윤석열정부 2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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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6 18:47:17 수정 : 2024-05-06 21: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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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전문가 11人의 외교안보 진단

美·日 제외 주변국 외교 소극적 대응
가치 밑에 깔린 국익 챙길 준비 숙제

美·中진영 내 다자주의 틀 안에서
한국, 동북아 주도 역할 보여줄 필요

한·러 관계 개선 등 외교 실용화
정부·민간 차원 다함께 노력해야

집권 3년 차에 들어서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치 외교’와 ‘글로벌 중추 국가’가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꼽았다. 더욱 강화된 한·미동맹, 대일 관계 개선과 복원 등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미·일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과의 외교에 계속 소극적인 대응을 이어간다면 윤석열정부의 외교적 성과도 결국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역할·목소리 더 고민해야

 

현재 한국이 놓인 지정학적 위치에서 미국 중심 동맹의 필요성은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문재인정부 때 한·미동맹과 한·일관계가 실질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모두 복원하고 강화했다는 점에서 윤석열정부의 공(功)을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윤석열 대통령의 2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거론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료 국가 간 협력 수준을 높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 협력 이상으로 외교가 나아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촘촘하게 해왔고, 우리의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안보정세가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구도에 대응해 밀착하는 북·중, 북·러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부작용으로 본다”며 “변화하는 정세에 대응하는 운용능력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도 “미국, 일본 외에는 진지한 외교행위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및 관리 외교가 없었기에 진영 외교에 올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부를 비롯해 어디서도 대중, 대러 관련 플랜을 내놓은 것이 없다”며 “이 정부는 외교부 위주로 세련된 정책을 추진했지만, 막상 추동력, 행동력에서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외교를 원론 이상의 실리로 발전시키고,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양 연구위원은 조언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기조가 계속 호응을 얻으려면 우리의 역할과 목소리를 더욱 부각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이 만드는 전체적 동맹 구도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이냐, 가치 밑에 깔린 국익을 섬세하게 챙기는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대일 외교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 윤석열정부는 대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양국 간 논란인 일본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냉전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제약적인 요인 탓에 우리의 입장 정하기가 굉장히 모호할 수 있는데 그때 원칙은 딱 하나”라며 “가치 중심으로 가기로 했으면 그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따끔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쉽지 않지만, 외교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원칙에 따라 나오는 입장이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각인해야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중추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신냉전 구도에 갇힐 필요 없어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냉전’ 너머를 볼 것을 주문했다. 홍 실장은 “진영화된 구도에서 양자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희박해졌다”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화에 너무 편승해서 간격을 넓히는 접근보다는 양 진영 내 다자주의 틀 내에서 한국이 동북아에서 주도적으로 나간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전 국립외교원장은 “현재 국제질서에는 미·중 신냉전과 함께 훨씬 더 다극화되고 힘이 커진 글로벌 사우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신냉전만 보고 시대의 한쪽만 선택하는 건 과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변수’가 되려면 외교를 다변화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상배 교수도 “신냉전 프레임은 우리에게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가 좌표 찍을 데도 없고, 중간에 끼는 새우 신세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고 하지만 완전히 파장은 내지 않는 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이 구조적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라며 “어느 한쪽에 붙는 단순한 프레임은 이미 대세가 아니며, 복합 지정학적 양상으로 위기 지성을 발휘해 헤쳐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얼어붙은 한·러 관계의 개선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주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던 정태익 전 청와대 안보수석은 “러시아를 잘 활용하면 통일에도 가까워지고 에너지 확보를 할 북방 루트가 열리는 유리한 위치에도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외교 수단은 다양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들다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정 전 대사는 덧붙였다.

 

다른 견해도 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교양대학)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다른 충돌과 대립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데, 중립외교나 한국식 등거리 외교를 시도하는 것 또한 안보에서 심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며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며, 앞으로 수십 년은 극단적으로 보면 1920∼30년대의 세계와 유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지혜·김예진·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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